-"자비로 범죄자 기분 느끼게 한다"

 #충주지역 한 수의사는 얼마 전 축산관련 종사자 교육에서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조만간 ''축산차량 등록제''가 시행되는데 차량의 무선인식장치(GPS단말기)를 자비로 설치해야 하고, 운영비도 내야 한다는 것. 또 한 지역에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실시간 위치추적으로 인근에서 활동한 수의사를 ''소환조사''한 뒤 처분을 내리게 된다는 말도 들었다. 그는 "지난해 구제역에 한창일 때 고생한 수의사들에게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동료 수의사들 사이에서 ''진료거부''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의 수의사들이 뿔났다.

축산농가에 출입하는 차량에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을 다는 문제 등을 두고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축산차량 등록제가 오는 23일부터 시행된다. 가축전염병의 감염경로 확인 등 효율적인 방역관리를 위해 축산시설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GPS단말기를 차량에 장착토록 하는 제도다. 등록대상은 축산관계 시설에 출입하는 모든 차량으로, 차량 소유자와 운전자는 관할 시군에 차량을 등록한 뒤 GPS단말기를 받아 차량에 장착하면 된다.

그런데 이 제도와 관련, 지역수의사들은 GPS단말기 등록과정부터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7만원하는 단말기 비용을 모두 수의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며, 1개월 운영비(1만100원)도 내도록 하고 있다는 게 지역 수의사들의 주장이다.

GPS 등록된 차량을 ''동물방역시스템(KAHIS?카히스)''에 등록하고, 등록차량 운전자는 축산농장 출입내역에 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카히스''에 신고토록 한 것도 수의사들은 문제 삼고 있다. 효율적인 관리를 이유로 수의사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 수의사는 "자비를 들여 범죄자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처우가 수의사들이 산업동물(소?닭?돼지) 분야를 기피하게 만들고, 결국 국가질병관리와 방역 중추마저 흔들리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의사들의 불만에 대해 도 축산담당은 "(단말기 비용문제는)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가 예산 심의 중인 사항"이라고 전했다. 농림부는 당초 국비지원으로 추진했으나 기재부 측에서 ''법 의무사항을 국가보조 하긴 어렵다''고 예산집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무료는 어렵더라도 내년 예산으로 어느 정도 비용은 보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관리기관이 축산농장 외의 장소를 출입한 내역 내용에 대한 정보를 공익목적 이외 다른 용도로 사용?제공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의사들은 "이미 GPS로 수의사들의 동선을 파악하면 24시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며 "업무와 관련된 것 외에는 모두 사생활인데, 이는 너무 지나친 간섭"이라며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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