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요즘 학교폭력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핵심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을 만큼 중요한 과제다.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명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오랜 동안 교장으로 근무하다 최근에 은퇴한 분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그분은 학교폭력이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도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라고 하면서 문제는 과거에는 학교 폭력이 공부 못하고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에 의해 주도 되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집안 좋고 공부도 잘 하는 애들이 폭력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과거에는 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어려운 애들을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개탄하였다.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해 지다보니 모든 학생들이 서로 경쟁자라는 관점에서 학교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학교, 대학교, 교육당국, 부모, 정치권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 때 어느 특정 부문에서 자질이 있으면 대학을 갈 수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특정 부문에 자질이 있어도 성적이 나쁘면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은 모든 것이 다시 성적으로 귀결이 되고 말았다.

인성 교육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견해가 비등하면서 교육 당국도 결국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말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어른들이 생활 자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누가 인성교육을 해야 하나? 학교인가? 일부 책임은 있지만 가정교육이 가장 우선이고 나머지를 학교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들이 잘하고 있는가? 특히 우리 가정에서 자녀들 양육에 아버지가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니 자녀들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버지학교를 다녀보면 그런 아버지들이 갖고 있는 자녀나 가정에 대한 생각과 자녀들이 갖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아버지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들도 자녀들에게 좋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것을 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회적 관습이 변화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저녁 약속을 줄이고 가정에 좀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술이 문제다. 많은 가정 문제가 술에서 비롯된다. 요즘 주폭근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회 전체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자녀를 대하는 태도이다. 가정에서 자녀들을 비교하면서 키우지 않는가? ‘형은 잘하는데 너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니?’라고 자녀 간에 또는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자녀들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가? 능력이 있어 그것을 뒤집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어 시기와 질투만 마음속에 담겨진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것이 어디로 가나?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투서나 진정을 통해 끌어 내리는 모습으로, 나보다 못난 사람들에 대해서는 멸시와 조롱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학교 모습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학급에서 한 학생이 어떤 특정 부문에서 잘하면 다 같이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

어느 누구라도 잘 하면 나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은연중 남들이 잘하는 것을 시기하기보다는 누구든지 어떤 부문에서 잘하는 것을 바라는 의식이 심어진다고 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건 경쟁이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경쟁 영역을 성적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분산 시켜 다양화 하는 노력과 함께 구성원 중에 누구 하나라도 잘되는 것이 모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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