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희 청주시의회 사무국장

광복적인 15일 오후 청주를 비롯한 충북지역에는 1시간 동안에 106mm의 비가 쏟아지는 이른바 물폭탄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과 고온다습한 남서기류 유입, 수렴대의 매우 느린 이동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1982년 7월 청주를 강타했던 태풍 폭우에 거의 비교되는 강수량이다.

이날 오후 5시 20분에 청주시 공무원들은 재난발생에 대비한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정위치 근무를 하며 비피해가 발생했다는 민원전화가 걸려오면 긴급히 현장을 점검하고 복구에 들어가는 등 긴급 방재업무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시청에서 재난발생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다녀온 직원들은 모두 너무도 법을 무시하고 이기적이고 개인적 이익을 앞세운 사람들로 인해 마음 상한 일을 얘기했다.

재난이 발생하여 출동한다면 그래도 그것은 긴급한 상황이라,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차가 출동할 당시 교통신호를 위반하다가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까지는 범법행위로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난현장 출동은 그 정도까진 아니라 신호에 걸리면 마음만 급했지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데 극히 일부의 영업용 택시와 자가용 운전자들이 신호를 위반하고 빗속을 달리더라는 것이다.

만약 그 퍼붓는 빗속에서 신호를 위반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어찌 하겠는가 말이다.

길어야 5분 정도인데 그거 위반하고 빨리 가려다 자신만 사고가 나면 ‘그야 그 정도 밖에 안되니 할 수 없겠지’라고 생각해 넘길 수 있다.

그렇지만 신호를 지키며 정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다가 어처구니 없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은 어찌하란 말인가?

지금도 인기리에 방송중인 모 TV의 프로그램 중 진행자가 게임을 하다가 “나만 아니면 돼”라며 편법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리드해 나가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여기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무엇인가? 게임에서는 무슨 수를 쓰든 이겨야만 하는 극한 이기주의의 표현이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이 교훈이나 특별한 지식을 얻으려고 보는 방송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시청하게 되고, 대단한 어떠한 것을 얻고자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게 하자고 가학적인 설정마저 나만 아니면 된다고 외치는 그 생각이 무심코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뇌 속에 이미 알게 모르게 침투되었나 보다.

친구가 왕따를 당해 상처를 입어도, 주위사람이 곤경에 처해도, 힘든 환경에서 생활해도 혹은 장애가 있더라도 ‘내 일’이 아니므로 남의 고난과 아픔을 웃어넘기게 되는 상황이 되었나 보다.

자신의 경쟁자가 잘 되길 바라지 않는 수준이 아닌 ‘잘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선의의 경쟁보다는 죽음의 서바이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일반인 모두가 젖어든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본인을 넘어서 타인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빗길에서의 운전에도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나가는 극히 일부의 영업용택시와 승용차 운전자들이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

다음날 비가 개인 이른 새벽 6시, 빗물이 도로를 넘어섰던 15일 저녁 문암동 진입로 현장에 출동했던 청주시 도시교통국장은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닌 “내가 확인해야 돼”라는 공직자의 일반적인 생각으로 홀로 현장을 점검하고 있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