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요즈음 우리 경제가 비상상황이다.

특히 서민경제가 어렵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최근 1년간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이 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출 불량률은 채무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석 달 넘게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비율을 말하는데 이중에는 여러 금융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경기침체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년 초부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작금의 대외적 정치상황은 한··일 삼국간 신()냉전(冷戰)시대라 할 만큼 정치·경제 등 전반적으로 물고 물리는 불편한 관계가 연출되고 있다. 경제는 정치와 맞닿아 있어 매우 민감하게 작용한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때에 불확실한 정치상황은 자칫하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최대곡물 생산국인 미국이 유례없는 흉작과 가뭄으로 옥수수, , 밀등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7% 내외에 불과하다. 벌써 곡물과 관련된 라면, 과자, 두유 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맥주와 사료 값도 들썩인다. 산지에서 인상된 가격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대략 3~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 때 본격적으로 금년 말부터 애그플레이션’(농업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어그리컬쳐(agriculture)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해진 말로, 농산물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걱정해야한다.

또 수산물가격도 예전 같지 않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눌려있던 각종 생필품 값이 임기 말 레임덕과 겹치면서 줄줄이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래저래 우리식탁과 서민경제는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이렇게 대내외 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금융소외계층이 증가하게 되고, 금융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훨씬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러한 연유로 금융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저소득층, 상대적 열위의 소기업, 소상공인등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들이 국가로부터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에서 서민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제2금융권을 통하여 낮은 신용 등급자 에게도 정책적으로 각종 금융혜택을 제공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금융권은 대출금회수를 위하여 혈안이 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회수에 대한 압력에 시달리게 되면 어려움이 훨씬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발달된 서민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역은행과 지역기업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지역은행을 통한 대출로 지역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하여 획득된 이익을 지역발전에 환원시키는 선순환 시스템이 잘 정착돼있다.

이렇게 사회복지혜택을 저신용자나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지역 서민경제주체들을 위하여 활용할 때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문턱이 높은 제도 금융권 이용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요즘처럼 경제어려움이 가중될 때는 정부도 정책적으로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한다. 단순히 대출 비율을 완화하는 등의 단기적 처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려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차기 정권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을 펴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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