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박근혜 의원이 선출됐다. 박 후보는 20일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쳐 83.9%의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박 후보가 대세론에 힘입어 초반부터 독주해왔다는 점에서 예고됐던 일이다. 그러나 41.2%라는 역대 최저의 선거인단 투표율에서 보듯이 집권 여당의 경선이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축제가 되지 못하고 싱겁게 끝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적 관심과 열기가 떨어지는 경선이 진행됐음에도 새누리당과 후보자들은 어떻게든 새롭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면 집권여당 대선 후보로 박 의원이 선출된 것은 정치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유력 정당에서 여성이,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자녀가 대통령 후보가 된 첫 사례다.

이런 정치사적 상징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박 후보의 본선 가도에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당장 박 후보는 경선 과정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당내 화합결속을 다지면서 본선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비박 경선주자들은 물론,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문제 삼아 일찌감치 경선 불참을 선언한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을 껴안아야 한다.

원칙신뢰의 준비된 지도자라는 강점은 살리되, 당내에서조차 불통독선’ ‘사당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던 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경선캠프의 친박 측근 중심에서 벗어나 비박 주자 포용 및 등용, 참신한 외부인사의 추가 영입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18대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4개월 남았다. 잠재적 여야 대선 후보 중 맨 먼저 대선 출발선에 섰지만, 박 후보의 대선 가도는 순탄치만은 않다.

지금부터 한 달 후인 다음 달 중순 민주통합당의 경선에서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 ‘태풍의 눈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마할지,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시 누가 될 것인지 등 향후 대선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적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와 안 원장은 양자 대결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고, 현재 민주당 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경선 후보와의 격차도 그다지 크지 않다. 특히 안 원장의 핵심 지지층인 수도권, 2040, 중도층이 박 후보에게는 가장 취약한 부분인 만큼, 기존의 새누리당 지지층을 다지면서 박 후보가 이 계층을 얼마나 공략하느냐에 본선 승리 여부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로서 대선 공약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이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확실하게 전하길 바란다.

특히 박 후보는 대선 공약을 통해 현재 지지율 1위이자 집권여당 대선 후보의 위상에 걸맞게 경제·복지, 외교안보, 남북관계, 인권·언론 등의 분야에서 포괄적인 국가운영 비전과 함께 이를 실현키 위한 구체적인 정치경제사회 개혁 구상을 내놓는 한편,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의 비리를 포함한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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