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환 세명대 교수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조사 연구한 결과를 신문보도를 통해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0명 가운데 98명꼴로 ‘앞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많은 관련 연구에서 점점 사회계층 상승이 어려운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반 국민은 우리 사회는 적어도 자신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적 상황은 이러한 국민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우리 사회를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로 인식하다가 이제 용 나기 어려운 사회로 인식하는 것이다.

왜 이러한 변화가 생겼을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보면, 국민의 인식 변화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로는 ‘양극화의 진행’이 36.3%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체감 경기의 지속적인 부진’이 21.5%,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 12.1%, ‘과도한 부채’가 11.4%, 그리고 ‘불공정한 기회’ 9.0%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좋은 일자리 부족’을, 30·40대는 ‘양극화’와 ‘과도한 부채’를 그리고 50대는 ‘노후 준비 부족’을 상대적으로 높게 반응하였다.

‘양극화의 진행’과 ‘좋은 일자리의 부족’ 등 국민이 높게 응답한 항목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정책이 많은 원인을 제공하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결과적으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호황을 누리는 동안 일반 국민은 더 힘든 삶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올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민주화’는 유력 대선 후보들은 대부분 언급해온 말이다. 이제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도,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안철수 씨도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논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이 근간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정책이 각 후보의 대선 전략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나타나고 실현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환경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지는 불명확하다.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김종인 박사는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보면 거의 세력이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의 경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세력을 어떻게 기존의 조직에 접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김종인 박사가 “결국은 어느 한 세력이 전체를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최종 목표”라며 겨냥하고 있는 재벌이 그의 말대로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구나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재벌이 잘되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도 하고 있지만, 사회 엘리트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해관계 때문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은 재벌과의 관계망 속에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너도 나도 참여해온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이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과거 삼성특검이 끝나면서 특별검사의 아들이 삼성에 과장으로 특채되었었다. 그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누구든 공익보다 삼성 등 재벌에 봉사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선 주자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구상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쉽지 않는 일이다. 국민으로서는 과연 누가 경제민주화를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진전시킬지 혜안을 가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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