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이 회장 등 항소 기각..1심 판결 유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해 제일모직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소액주주 3명이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이 회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구고법 제3민사부(홍승면 부장판사)는 22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 이건희 등이 직접 또는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피고 이건희의 장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이 회장 등과 함께 피소된 제일모직 이사 유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합리적 경영판단은 존중되야 하지만 14억원의 전환사채 인수대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139억원의 손실을 입힌 것을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수는 없고, 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한 제일모직에 대한 업무상 배임행위이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상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묻는 경우에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지만 피고 이건희의 경우 감액할 사정이 없어 감액하지 않는다"며 원심과 같이 13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구고법 이상오 기획법관은 "이번 판결은 대기업 회장 및 그 비서실 등의 주도로 기업지배권을 2세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회사에 손해를 끼친 회사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장 교수 등 원고는 지난 2006년 4월 소송을 냈으나 이 회장과 관련한 형사재판 기록의 송부와 열람을 대법원과 서울고법, 서울중앙지검 등이 잇따라 거부하는 바람에 소송을 제기한지 4년10개월만인 지난해 2월에서야 1심 선고가 이뤄졌다.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는 "피고는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제일모직에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 만큼 130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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