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근 취재부 기자

청주지검이 최근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홍동표 전 흥덕경찰서장이 경찰 내부망에 무리한검찰수사를 토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불법오락실을 운영한 현직 검사의 아버지 사건에 대한 수사 재지휘 문제 등이 보도되며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요즘 말로 멘붕’(멘탈붕괴)이 올 지경이다.

홍 전 서장의 사건은 -경 수사권 갈등’, ‘비리경찰문제와 맞물려 지역의 관심을 끈 사건이다. 검찰은 홍 전 서장이 오락실 단속정보를 브로커에게 넘겨주고 5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자 홍 전 서장은 20일 경찰 내부망에 검찰이 표적수사로 한 경찰관의 명예와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그는 부당한 수사와 기소로 딸의 혼사가 망가지고, 저는 우울증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그러나 검찰은 청렴했던 경찰서장을 구속시킨 검사를 영전시키고, 최우수 검사로 발탁해 표창까지 했다고 비판, 검찰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반면 여검사 부친 사건 재지휘와 관련해서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의혹의 눈초리가 거세다.

제천경찰서는 지난 9일 불법오락실을 운영해 수천만원을 챙긴 업주 박모(5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재수사 지휘를 내려 일각에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박씨의 딸이 청주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로 드러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수사방향이 예고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비슷한 사안에서 업주들이 잇따라 구속된 전례가 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구속사유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은 그러나 박씨가 진술을 번복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면서 영장신청 때 경찰이 증거를 재출하지 못해 수사보강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고 해명했다. 언론보도까지 잇따르자 경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마저 내비쳤다. 박씨는 결국 22일 구속이 결정됐다. 수사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홍 전 서장과 여검사 부친 사건을 보면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최소한의 편향 의혹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