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27년전 성범죄 사실 알려져 가족 풍비박산”
경찰 “인권침해 아냐”… 우범자 첩보수집 적절성 ‘도마위’

 

 

 

 

 

 

속보=자신이 인권유린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풍물대교에서 투신소동을 벌인 윤모(53)씨가 목을 매 숨진 가운데 경찰과 유족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27일자 4면

이번 사건으로 경찰내부에서는 애초 우범자들의 사전 정보를 경찰관들이 직접 수집하는 ‘우법자 첩보수집’에 대해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유족들 ‘경찰 때문에 가정 깨져’…경찰 ‘사실과 달라’

윤씨는 지난 24일 경찰이 자신을 인권유린 했다며 청주시 서문동 풍물대교에서 투신소동을 벌였다.

당시 윤씨는 “경찰이 지난 11일 오전 집에 찾아와 27년 전의 성범죄 전과를 얘기했다”며 “ 때문에 아내와 6살 난 딸이 내 전과를 알게 돼 죽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25일에도 위와 같은 장소에서 투신소동을 벌인 그는 29일 새벽 5시 50분께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의 한 공원에서 나무에 목을 맨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윤씨를 찾아온 경찰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 났고, 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윤씨의 부인(45)은 “경찰이 당시 현관문 밖 계단에서 남편과 얘기했지만 문이 열려 있어서 남편이 27년 전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 때문에 남편과 다툰 뒤 딸을 데리고 친척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지구대에 따지러 갔더니 경찰이 ‘부인에게 전화를 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 뒤 자기에게 (경찰이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시행하는) `원터치 SOS’를 설명하는 경찰의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주장은 유족들의 주장과 다르다.

해당 지구대 관계자는 “직원이 윤씨를 집으로 찾아갔던 날 윤씨가 ‘경찰이 찾아온 것을 집사람도 알 텐데 내가 집사람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면서 “이에 직원은 윤씨에게 6살짜리 딸이 있는 점을 감안, ‘‘원터치 SOS’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경찰이 집에 들른 것이라고 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씨는 다음날(8월 12일) 딸과 함께 지구대를 찾아 ‘원터치 SOS’를 서류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지구대 직원이 우범자 관리 차원에서 윤씨를 찾아갔을 때는 윤씨의 부인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지구대 직원들과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경찰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우범자 첩보수집’ 인권침해 논란 경찰내부서도 말썽

윤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장 큰 원인은 경찰의 ‘우범자 첩보수집’이다. 그동안 경찰내부에서도 인권침해의 문제점과 어려움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우범자 첩보수집’은 살인, 강도, 성범죄 등 주요 범죄 우범자들의 정보를 우범자가 알 수 없도록 경찰관이 우범자들의 주변사람들에게 정보수집을 하는 것을 말한다.

헌법상 ‘법률유보(인권을 제약하는 경우 반드시 법률에 의해야만 한다.)’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경찰들은 우범자 주변인물에게 은밀히 우범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현행법상 우범자의 첩보수집 활동에 대한 규정은 법률이 아닌 경찰청 예규인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경찰의 우범자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다 ‘우범자와 비접촉하에 조사’라는 항목 때문에 정보수집이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지구대 경찰관은 “한 두사람도 아닌 관내 수십명의 우범자들을 관리해야 하는데다 철저히 비접촉으로 우범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윤씨의 경우도 경찰관이 윤씨의 주변인물에게 조사를 하려다 윤씨와 직접 대면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28일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은 경찰이 우범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 우범자 관리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대표발의 했다.

<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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