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화기애애..배석자없이 100분간 오찬 회동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일 8개월여 만에 오찬을 겸한 독대를 했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양측은 언론에 공개된 4분여 동안 주로 최근 태풍 피해와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 입장해 먼저 와 기다리던 박 후보를 보자마자 다가서며 "어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고 안부를 건네며 악수하는 등 반갑게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고 일어선 채로 태풍 피해 현장을 방문한 박 후보의 근황을 물었다.

이에 박 후보가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습니다"라며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지만 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라고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바람이 불고, 낙과도 생기고...추석 앞두고 걱정입니다. 빨리 복구해야죠"라고 밝히자 박 후보는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리에 앉고 나서는 박 후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후보가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와 그린란드를 갑니다"라고 외유 일정을 소개했다.

박 후보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가는 것이죠"라고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거기가 한반도 크기의 17배입니다. 그런데 지금 기후변화 때문에 빙하가 다 녹아서...온갖 자원이 있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하고, 북극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겁니다. 북극으로 거쳐오면 시간이 단축될 겁니다"라면서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협력에 대해 약속을 하되 임기 말인 만큼 차기 정부에서 개발에 나서면 된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양측 회동에는 당에서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 청와대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회동 초반 잠시 배석하고 곧바로 퇴장했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오찬을 겸한 회동은 100분간 이어졌다. 원래 80분 가량 예정됐으나 구체적인 민생 경제를 놓고 대화가 오가다보니 길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는 영양밥과 시래깃국을 위주로 한 한식이 제공됐다는 후문이다.

회동 브리핑은 박 후보가 당 실무진에게 구두로 전달하고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쳐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에서는 일절 양측간의 대화에 대해 브리핑 하지 않았다.

회동 결과를 둘러싼 혼선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대선후보 예우 차원에서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배석자없이 이뤄진 두 사람의 독대에서는 태풍 피해 대책과 민생경제 문제, 최근 발생한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비롯한 민생안전 문제 등이 회담테이블에 올랐다고 이상일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충남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온 박 후보는 현지 주민에게 들은 얘기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피해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어민을 위한 정부의 보완대책 마련과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관심을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의 농어민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며 호응했다.

또한 민생경제와 관련해 박 후보는 대학생 반값등록금과 0∼5세 영유아 양육수당 전계층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 의지를 거듭 밝혀온 박 후보는 학생들이 ''미래의 기둥''임을 강조하며 반값 등록금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양육수당 확대가 필요한 근거로 여성의 사회활동 및 저출산 문제 해소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박 후보가 정부가 그동안 반대해온 소득상위 30% 가구에 대한 보육료 지원에 대해서도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전계층으로의 지원확대를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학생들의 어려움과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잘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현재 소득하위 70%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양육수당 지원책이 전계층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전계층 양육수당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어린이 성폭행 사건 등 반사회적 범죄 예방을 위한 민관 합동의 노력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박 후보는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기간으로 정해야 한다", "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에서라도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일 대변인은 회동 분위기에 대해 "이 대통령과 박 후보 모두 표정이 밝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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