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이 불 지핀 복고 열풍
HOT부터 현진영까지 브라운관 컴백
대중문화계 핫키워드 등장

 

HOT부터 현진영까지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스타들이 브라운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조 아이돌 그룹에 밀려 잠시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이들을 다시 불러낸 것은 1990년대 복고 열풍.

올해 초 영화 건축학개론이 불을 지핀 90년대 복고 열풍은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30대뿐만 아니라 10~20대까지 아우르며 대중문화계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재조명 받는 90년대 스타들

그룹 HOT 출신 토니안은 화제의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과거 아이돌 스타로서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여주인공 성시원(정은지 분)의 우상으로 매회 간접 출연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토니안은 최근 인터뷰에서 요즘 어딜 가든 응답하라 1997’ 얘기를 하고 내가 마치 직접 매회 출연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날 대해서 재미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HOT와 같이 활동했던 젝스키스 출신 은지원은 아예 고정 배역을 맡아 연기자로 재조명받고 있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1990년대 인기가수들의 목소리도 매회 들을 수 있다.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K2슬프도록 아름다운서지원의 아이 미쓰 유등 당대 인기 가요들이 적재적소에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다음 달 말 첫선을 보이는 KBS 2TV ‘내 마지막 오디션에도 잊혀졌던 가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가수들의 재기를 위한 오디션으로 MC와 심사위원들도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가수들로 꾸렸다.

가수 김원준이 MC로 나서고, 조성모, 현진영, 손호영 등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김원준은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도 한물간 90년대 스타로 등장한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추억의 청춘나이트 특집을 방송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댄스음악을 주제로 현진영, 김건모, 박미경, 구준엽, 김현정 등 당대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MBC ‘놀러와도 다음달 3일 첫선을 보이는 새 코너 방바닥 콘서트의 초대 게스트로 90년대 인기가수들을 초청했다.

그룹 공일오비의 장호일, 객원가수 윤종신이 출연하고 HOT 멤버 전원 섭외도 진행 중이다.

 

왜 하필 90년대일까

90년대 스타들의 재조명은 당시 스타들을 사랑했던 세대가 경제력을 갖춘 문화소비층으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현재 90년대 복고 열풍을 주도하는 세대는 30~40대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자랑한다. 이들이 과거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90년대 스타를 향한 관심도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90년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세대가 대중문화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90년대 추억을 가진 세대가 어려운 현실에서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당시 아이돌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응답하라 1997’의 신원호 PD“1997년은 지금과 비슷한 게 많이 있다. 대중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시기이며 지금의 대중문화를 지지하는 아이돌 문화와 팬덤이 생긴 때라며 여러가지 코드가 담겨 있고 지금과 닮은 부분이 많아 드라마로 다루기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영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집단적 경험을 떠올리는 코드가 70년대 학번은 6·25 전쟁, 80년대 학번이 민주화 운동이라면 90년대 학번은 IMF와 대중문화라며 대중문화는 세대 내 공감 폭이 넓고 어느 시대인지를 분명하게 나타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분위기와 일상사를 되살리기 편하다고 분석했다.

 

90년대 스타 소환 성공은 미지수

2010년 하반기 세시봉열풍을 기점으로 방송가에는 각종 복고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최근 90년대 스타들을 향한 조명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향한 조명이 반짝 열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과거 스타들을 내세운 프로그램은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케이블 채널 SBS플러스가 작년 11월 방송한 컴백쇼 톱 10’은 이주노, R.e.f 이성욱, 잼 조진수, 쿨 김성수 등 1990년대 인기 댄스가수들을 내세웠지만 출연진과 제작진간 잡음 속에 조기 종영됐다.

앞서 10월 엠넷의 다큐멘터리 드라마 문나이트 90’90년대 댄스 음악을 소재로 했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한 방송국 예능 PD결국은 콘텐츠의 질이 문제라며 프로그램 자체의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90년대 스타들에 대한 향수만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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