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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에 온 가정통신문
다문화가정에 온 가정통신문
  • 동양일보
  • 승인 2012.09.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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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출근하려는데 갑자기 같은 마을에 사는 도희(가명) 엄마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상담할게 있어서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날따라 학교에 할 일이 많아서 조금 일찍 출근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정말 급한 것 같아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우리 집과는 200m 정도 떨어졌는데 얼마나 급한지 차를 몰고 왔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낼 준비해야 하니 이것 좀 봐달라고 하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 참여 방법 안내’라는 통신문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형들이 이와 똑같은 통신문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문제는 컴퓨터 미숙과 한글 독해력 부족에서 시작했다. 우선 나이 많은 남편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 도희 엄마는 컴퓨터도 잘 못하지만 가정 통신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가정통신문에 들어 있는 어휘는 아직 그녀에겐 너무나 난해한 단어들이었다.

우리말은 한자어가 참으로 많다. 명사의 80% 정도가 한자이며, ‘우리말 큰사전’ 소재 전체 어휘의 53%를 한자가 차지하고 있다. 형용사나 부사를 제외한다면 생활 속에 어휘 대부분이 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실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살펴보니 거의 한자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액자, 서가, 칠판, 형광등, 문, 책상, 의자, 필통 등등 회전의자를 한 바퀴 돌리며 살펴보니 거의 한자어로 된 단어들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니 컴퓨터, 온라인, 비디오 등 외래어도 상당히 많다.

다시 도희 엄마가 들고 온 ‘가정통신문’을 살펴보았다. 성원, 익명성 보장, 만족도 조사, 편의, 도모, 온라인 조사, 종이설문지 조사, 추후, 별도 안내, 영역, 비교과교사, 전담교사, 절취선 등등 도희 엄마의 능력으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 학교의 1학년은 이미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50% 정도 차지하고 있다. 대전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저학년일수록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다. 도희 엄마의 경우는 그나마 한국어를 썩 잘 하는 편에 속한다. 의사소통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을 해독할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찌 해야 할 지 암담하다. 그렇다고 우리말에 있는 한자어와 외래어를 모두 순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 여성도 할 수 있으면 한자어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의 한자어는 초등학생들이 주도한다고 한다. 한자 급수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초등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어는 한자어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이주여성들이 학부형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정통신문을 좀 더 쉬운 말로 풀이해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결혼이주 여성이 온라인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컴퓨터에 능하지 않고 아직도 컴퓨터가 없는 가정도 있다. ‘나이스 대국민 서비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른다. 남편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컴퓨터인데 이들이 익숙할 리가 없다. ‘배너’라는 말도 생소하다. 도희 엄마는 온라인으로 해야만 하는 줄 알고 우리 집으로 달려온 것이다. 번역이 서툰 것도 문제지만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을 했다.

저학년의 절반이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차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학교는 다른 집단보다 앞서 변해야 한다. 교육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정통신문에도 이주여성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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