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팀 지킨 김시진 감독 전격 경질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17일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한 이유는 김 감독의 부드러운 맏형 리더십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거금 50억원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 이택근을 영입하고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과 계약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팀 전력을 키운 만큼 4강 진출을 이루려면 독기 넘치는 승부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부터 공격 투자를 선언하고 앞으로 3~4년 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 구단은 팀 이름을 기업에 팔고 각종 업체로부터 광고 후원을 받는 독특한 스폰서 제도로 운영 자금을 충당하는 팀이다.

결국 마케팅이 성공해 이윤을 남기려면 좋은 성적을 올려야 했고, 지난 4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김 전 감독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구단의 한 관계자도 "이제는 색깔을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는 말로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넥센 구단은 한창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시즌 중반 김 감독의 기용과 작전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이 선수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나 승부처에서는 확실한 전략으로 승리를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넥센은 올해 여타 부자 구단 못지않게 많은 돈을 들여 선수들에게 용돈을 쥐여주는 메리트 시스템을 실시했다.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경기 또는 월간 승률 등에 따라 선수들에게 보너스를 풀고 승리욕을 자극했다.

실탄을 쏟아 부었지만 기대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자 구단은 김 전 감독과의 결별을 택하고 새로운 선장 찾기에 나섰다.

김 전 감독은 코치를 포함해 지도자로만 21년간 히어로즈 구단을 지킨 산 증인이다.

1991년 히어로즈 구단의 전신 격인 태평양 돌핀스에서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현대 유니콘스 시절이던 2006년까지 16년 동안 한우물을 팠다.

2007년 현대의 마지막 감독으로 드디어 사령탑에 올랐고, 히어로즈로 재창단한 2009년 2대 감독으로 올해까지 4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특유의 온화한 태도로 선수들과 원활하게 의사를 소통했고 팀의 투타 유망주를 기둥 선수로 키워내면서 가르치는 능력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럼에도 감독 재임 기간 한 번도 팀을 4강에 올려놓지 못해 시즌 운영 능력에서는 구단으로부터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만큼 구단의 지원을 받지 못한 감독도 드물다는 점에서 비운의 사령탑으로 불릴 만하다.

김 감독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현대 유니콘스는 재정난으로 파산 직전에 이른 상태였다.

넥센 히어로즈로 주인이 바뀐 2009년 2년 만에 친정에 돌아왔으나, 당시 구단 수뇌부가 주축 선수를 다른 구단에 팔아 운영 자금을 충당하는 바람에 늘 선수 부족으로 시달렸다.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김 감독의 꿈을 가로막았다.

넥센 히어로즈가 사실상 처음으로 팀에 투자한 올해 김 감독은 드디어 포부를 펼칠 기회를 잡았지만 시즌 중반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팀 성적이 3위에서 6위로 급전직하했고, 아쉽게도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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