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잇단 말바꾸기에 유치장 CCTV 공개 여론 확산

 

 

경찰이 유치장 탈주사건의 당직자 근무 태만과 탈주 소요 시간 등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따라서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의 탈주 상황과 경찰관 근무 실태는 폐쇄회로(CC)TV를 공개해야 명백하게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경찰청은 20일 "최는 세로 15㎝, 가로 45㎝ 크기의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나온 뒤 세로 13.5㎝ 크기의 창문 살을 또다시 넘어 도주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최가 배식구에 머리를 들이민 순간부터 창문을 넘어가는 데 3~4분이 걸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최가 유치장 창살을 빠져나가기 위해 온몸에 비누 또는 샴푸를 발랐다고 했다가 갑자기 후시딘 연고를 발랐다고 말을 바꿨다.

배식구를 빠져나온 최가 창문까지 10여m를 거미처럼 기어갔다던 당초 발표도 돌연 오리걸음으로 바뀌었다.

근무 경찰관들의 직무태만 실태에 대해서도 말바꾸기가 이어졌다.

경찰은 애초 "근무자 3명 중 1명은 규정에 따라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지만 나머지 2명은 모두 책상에서 근무 중이었다"고 했다가 "1명은 감시대 책상에서 또다른 1명은 면회실에서 각각 잠을 잤다"고 변경했다.

최가 탈주한 직후에는 "최는 단순 강도 전과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가 뒤늦게 "최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수년간 복역했다"고 수정했다.

최의 탈주 장면이 녹화된 CCTV영상 공개도 논란이다.

경찰은 유치장 내 CCTV영상 공개는 거부하고, 다만 최가 탈주한 직후 인근 학교 CCTV에 포착된 장면은 공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언론이 해당 영상을 확보해 보도한 뒤 뒤늦게 공개한 것이다.

경찰은 비보도를 전제로 언론에 유치장 CCTV를 제한적으로 열람만 할 수 있도록 하려다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만 사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은 수사본부장 선을 넘어 경찰 본청 수뇌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가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것은 분명하고 이미 여러 차례 그렇게 설명했지만 해당 영상이 공개될 경우 해외 토픽으로 다뤄질 것이 우려돼 공개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39)씨는 "최의 탈주와 관련해 경찰의 발표가 매일 바뀌어 CCTV를 보지 않는 이상 뭐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며 공개를 촉구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최가 탈주한 대구 동부경찰서를 방문, 상황을 보고 받을 예정이어서 CCTV 공개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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