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당일 방향 감각 없어 경찰서 앞 다시 나타나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50·강도상해 피의자)은 도주 다음날인 지난 18일 경남 밀양에 잠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수사본부는 23일 "최가 경북 청도에 지인이 있어 만나러 갔다가 갑자기 경찰이 보여 놀랐고 그때부터 차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최가 청도 산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몇 개의 산을 타고 밀양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최는 18일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밀양에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지난 17일 밤 이후 청도지역에 경력 수백명을 투입했으나 엉뚱한 수색만 한 꼴이 됐다.

또 최의 도주 후 밀양에서만 접수된 수십 건의 시민제보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최가 지난 17일 새벽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뒤 방향감각이 없어 대구 동구 일대를 뱅뱅 돌다가 다시 동부경찰서와 마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가 다시 경찰서 앞에 나타날 정도로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허술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최가 여자로 변장을 하는 등 나름대로 검거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는 오랜 수감생활을 하면서 한문과 철학을 독학했고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의 탈주장면과 경찰 근무자들의 근무기강 해이 실태 등이 녹화된 유치장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킨 경찰은 최의 진술 내역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며 수사결과 발표를 미루는가 하면 "할 말이 많은데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는 최를 언론과 철저히 차단시키고 있어 짜맞추기 수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또다른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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