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래 수 대전지역 담당 차장

기초의회가 과연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맞기는 한가. 최근 대전 유성구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볼썽사나운 일들을 보면 불신을 넘어 깊은 회의가 든다.

의장단 선거 갈등에다 등원 거부는 물론이고, 법정다툼으로 인한 한지붕 두의장’, 심지어는 의장이 의회 파행 기간에 업무추진비를 펑펑쓴 것으로 드러나 주민 분노는 물론, 품격 논란에 휩싸였다.

윤주봉 의장은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300만원을 넘게 사용했다. 8월에는 230만원, 7월에는 250만원을 썼다.

의장 업무추진비는 연간 2500만원을 통상적으로 매달 210만원씩 나눠서 사용하는데, 의회 파행기간 이를 초과해 사용한 것이다. 윤 의장은 추석 선물과 의회정상화를 위해 업무추진비를 과하게 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유성구의회는 후반기 원구성조차 못했고, 윤 의장은 의원들과 의장자리를 두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왔다.

더욱이 집행부와 의회 현안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고, 외부행사가 있을 때는 부의장이 의장 역할을 대신했다.

때문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청 업무는 거의 마비된 상태다. 대형마트 규제 조례안 처리가 늦춰졌고, 보육수당과 인건비 예산 등이 포함된 추경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구청은 시·국비를 사용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실정이다.

이게 유성구의회의 현 상황이며, 우리 기초의회의 현실이다.

구의회 무용론과 폐지여론이 거세게 일어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사실 대전광역시에서 기초의회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자치구가 독립 생활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 전체가 동일 생활권이어서 구 경계가 무의미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윗선 눈치만 보고,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 없는 구 의장을 더는 주민들이 눈감아줄 리 만무하다.

구의장의 품격이 곧 구의회의 권위다.

궁금하면 500!’을 외치는 개그 속 거지도 품격을 강조한다. 제발 정신 똑바로 차려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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