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 보도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 균형 발전 등을 취지로 내걸고 적지 않은 난관을 거쳐 추진된 세종시지만, 이곳에 둥지를 틀 일선 공무원들은 걱정에 빠져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는 서울을 떠나며 슬픔에 빠진 직원들(Workers Lament Leaving Seou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00마일(161km) 남짓 떨어진 세종시로의 행정기관 이전이 수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 사회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을 앞둔 공무원들 중 많은 수는 서울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으며, 서울에서 잘 가꿔진 삶을 누리던 배우자나 자녀들은 이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

일례로 세종시로 올해 이전하는 6개 중앙행정기관 중 하나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일하던 Y씨는 지난해 10월 직장을 옮겼다. 직장을 바꾸지 않으면 이산가족 신세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부터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 추진,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 그간의 세종시 추진 경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행정기관 이전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미칠 영향은 논의 과정에서 거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1980년대 과천 정부청사 등 전에도 이 같은 이전을 밀어붙였지만, 허허벌판에다 도시를 세우는 경우(city-out-of-nowhere)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지금의 세종시는 계획했던 바에 견주면 껍데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민간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 수십 채 가운데 대부분이 현재 비어 있는 상태이고, 정부가 병원·대학·공원용 부지를 지정했지만 완공까지는 아직 수 년이 더 걸릴 예정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주말부부 생활을 할 예정이라는 국토해양부 직원 K씨는 "남자친구가 세종시는 마치 사막에 혼자 서 있는 두바이 같다고 하더라"며 "10~15년 뒤에는 살기 좋은 곳이 되겠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WSJ는 또 세종시가 서울 중심가에서 2시간 반 거리라는 점 등을 들며 현재 상황에서는 통근하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WSJ는 이어 별도 기사에서 상당수 입주 기관들이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인 과천시의 지역경제 공백 우려도 짚었다.

과천청사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기존 14개 기관이 차례로 세종시로 이전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이 새로 입주할 예정이다.

WSJ는 부동산114를 인용, 최근 2년간 과천의 아파트 가격이 평균 15% 떨어졌다며 정부부처에 대한 의존을 끊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천에서 17년간 식당을 운영해 온 L씨는 늦기 전에 식당을 관두기로 했다며 "가게가 직격탄을 맞았다. 문을 닫는 것 말고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고 WSJ에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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