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도 지명 오기, 제천․논산시 4개 국어 혼재
홈피 제작업체 일괄용역…감시체제 ‘허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홍보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엉터리’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이 328명이나 됐지만 지자체의 일본어 홈페이지는 오류투성이였다.

최영복 전 경북도관광협회 전무이사가 15일 225개 지자체의 일본어 홈페이지를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홈페이지에서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지명 표기를 틀린 지자체가 27곳에 달했다.

충청북도청은 ‘충청북도(忠淸北道)’를 ‘忠靑北道’로, 남양주시청은 ‘남양주(南楊州)’를 ‘南揚州’로, 경기도청은 도에 속한 의왕시(義王市)를 ‘儀旺市’로 잘 못 썼다.

또 자치단체장 직위의 정확한 일본어 표기는 지사가 ‘知事’, 시장이 ‘市長’이지만 정확히 표기한 자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충남도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 ‘도지사(道知事)’로 써야 할 안희정 지사의 직책을 ‘道支社’라고 표기했고, 조직도에서 부지사(副知事)를 ‘部知事’로 썼다.

서해안에서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당진 왜목마을로 유명해진 당진시청은 문장 곳곳에 ‘?’(물음표)가 들어갔다.

이처럼 중간에 들어간 ‘?’로 일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발견된 지자체는 당진시청을 비롯해 12개 지자체에 달한다.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통해 약초의 고장으로 알려진 제천시와 강경발효젓갈축제와 백제군사박물관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논산시 등 2곳의 지자체 홈페이지는 일본어․중국어․영어․한국어 4가지 언어가 뒤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자체도 표기가 틀린 경우가 부지수였다.

경북 예천군청은 서울을 ‘京國’이라고 썼고, 경기 부천시․경북 경주시 등은 경기도 광주와 광주광역시를 구분해서 표기하지 않았다.

제주자치도청은 자체 자동번역기를 통해 도청을 몰래 듣는다라는 의미의 ‘盗聴’으로 바꾸어 번역하는 등 오류가 많아 ‘세계가 찾는 제주·세계로 가는 제주’라는 홈페이지 표어를 무색하게 했다.

우근민 제주지사의 인사말을 자동번역기가 인식하지 못해 한글 그대로 일본 홈페이지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오류가 발견되는 것은 지자체가 전문번역업체에 홈페이지를 의뢰하지 않고 구글과 같은 인터넷 포털의 자동번역기를 사용하거나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외국어 홈페이지도 같이 의뢰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홈페이지 업체가 전문번역업체에 번역을 맡기는지 감시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지자체 관계자는 “홈페이지 제작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외국어 홈페이지도 같이 의뢰해 그 업체가 번역업체에 실제로 의뢰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전무는 “지금까지 찾아낸 것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렇게 홈페이지 관리가 엉망인데도 일본어 홈페이지를 갖추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지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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