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근 취재부 기자

 

퇴근하면 아빠 얼굴보다 스마트폰 먼저 찾는 딸의 모습에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달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회사원의 한숨 섞인 말이다.

얘기는 이렇다. 그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새로운 쓰임새에 연일 감탄도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는 점이었다.

주말이 되면 두 딸이 서로 아빠의 스마트폰을 쟁취하기 위해 애정공세를 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고 했다.

스마트폰 작은 액정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두 딸이 서로 머리를 기대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고, 딸들의 투정에서 얼마간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폰의 위력을 너무나 무시했던 생각이었다. 식당이나 대형마트에서 아이를 달래려 무심코 건네줬던 스마트폰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던 것.

어플리케이션()만 바꾸면 언제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스마트폰에 아이들은 금세 중독수준으로 빠져들었고, 그는 이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투정부리는 아이를 쉽고 빠르고 스마트하게 달래려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끈 셈이다.

지난달 한 육아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어린이 10명 중 4명이 일주일에 3차례 이상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학습이나 정서에 도움이 되는 앱 대신 아이들 스스로 게임이나 채팅, 최근에는 야동까지 접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스마트폰을 부모 이상으로 다루는 아이들은 부모 통제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된 앱만 50만개에 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고 기발한 앱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 전성시대인 지금,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부모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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