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합종연횡이 재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선언하고, 민주통합당은 야권통합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세력들도 이같은 정치권의 기류에 편승, 합종연횡을 정치개혁의 수단이라 호도하고 있다. 정당은 분명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다르다. 이 때문에 같은 이념과 정치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당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이다. 정당의 궁극적 목표는 집권이라 해도,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다른 정당이 목적을 위해 합치는 것은 결코 정치개혁의 수단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논리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라 합당과 분당을 거듭했을 뿐이다. 야권 단일화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존립 목적조차 내팽개치면서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는 민주당이나, 한국정치의 개혁을 주창하며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 구태에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과 안 후보측은 엄연히 다른 정치 집단이다. 태생에서부터 지향하는 정치적 목적도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안 후보측과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은 정도가 아니라며 비난하면서, 정작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다른 안 후보측과 단일화를 정당화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고 비겁한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심의 정치 구조가 한국정치의 병폐와 퇴보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갖고 새로운 정치 태동을 선언한 안 후보도 기성 정당과 단일화 논의를 한다는 것은 정치 개혁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나 진배 없다. 기성 정당의 정치 행태를 비난하면서 새로운 정치 구현을 선언한 것이 결국 기성 정당과의 단일화라면 안 후보가 정치개혁을 이뤄줄 것이란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의 정치적 결탁만 봐도 합종연횡은 정치적 목적 달성만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무소속 후보간 연대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어떤 관점을 적용하더라도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같을 수 없는 사람들임에도 집권이란 목적을 위해 정치적 신념과 가치를 연대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이용했을 뿐이다.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확연하고, 국민적 지지를 자신한다면 독자적 길을 가는 것이 마땅하다.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어떤 논리와 명분을 앞세운다 해도 오직 집권에만 눈이 먼 표 계산법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것이 정치개혁이라고 확신한다면 그들에게서 한국정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