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전산망서 2700회 조회, 지지댓글 잇따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가운데 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내부 전산망에 자성의 글을 올려 회자되고 있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소속 A검사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 전산망에 올린 '고언(검찰 개혁 논의를 바라보며)'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검찰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해 자정능력을 발휘해줄 것을 촉구했다.

A검사는 대법원이 21년 만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 결정을 내린 일에 대한 소회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2007년 지방검찰청에 있을 당시 지검장이 유서대필 사건의 과거사위 결정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사건 설명을 해주던 게 생각나서 이번 재심결정 이후 언론에 나오는 검찰의 가혹수사 이야기와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애초에는 '에이 이건 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었다고 전제했다.

그는 "그 무렵 남기춘 검사장이 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기억이 마저 떠올라 그 사건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게시판을 뒤져 관련 글을 찾아 읽고 인터넷 뉴스와 비교하다 마음이 아렸다"면서 "우리가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우리 인식이 여론과 괴리돼 있었다. 우리가 불신받고 조롱받는 현실에 망연자실하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A검사는 "옛 글에 이르기를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길 만한 짓을 한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긴다고 한다. 우리가 국민을 야속하다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는 "검찰에 대한 불신 중 상당 부분은 오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말씀처럼 칭송받는 것에 참된 무엇이 있듯 비난받는 것에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라고 자성했다.

A검사는 최근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장의 쓴소리에 대한 생각도 적었다.

그는 "타 부처 공무원들이 '평검사 직급이 3급이나 되냐, 직급 인플레다'라는 취지로 비아냥거리는 것에 서글펐는데 안대희 대선배님이 검찰에 차관급 검사장이 왜 그리 많으냐는 말씀에 여론이 호응하는 것을 보고 더 자괴감을 느낀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제 몫을 한다고 여겼다면, 아무리 검사 직급이 높아도, 차관급 검사장 자리가 많아도 국민이 높다거나 많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검사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는 한 검찰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는 더 거세질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 신뢰상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A검사의 글은 현재까지 2700회 이상 조회됐으며, 동료의 많은 지지 댓글이 달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