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가 작년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가운데 포털업체들이 이러한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당분간 제한적으로만 협조하기로 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포털 3사와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는 당분간 법원의 영장이 없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는 불응키로 했다.

지난달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임의로 자료를 넘기는 것이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온데 따른 결정이다.

고등법원은 "약관상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했다"면서 차모씨가 NHN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NHN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고법은 "수사기관에 차씨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를 충실히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포털 등은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업체의 주장이 반영되거나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에 개인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길 때까지 통신자료의 임의 제출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수사기관의 과도한 통신자료 청구 등 수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이용건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상반기 통신제한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현황'을 보면 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건수는 모두 39만5061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통신자료를 가장 많이 활용한 기관은 경찰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8% 증가한 28만7293건을 기록했다. 검찰은 7만4366건, 기타기관 2만9281건 , 국정원 4121건 순이었다.

반면 영장이 필요한 통신제한조치나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각각 39.9%, 4.3% 감소했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 및 해지일자 등의 신원정보를 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통신자료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해당 정보를 수사기관에 자유롭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는 통신자료 제공이 의무로 명시돼 있지 않으나 그동안 포털사 등은 관례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통신비밀자료가 수사기관에 과도하게 제공돼 시민의 통신비밀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과도한 통신비밀자료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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