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준 기 충북학생교육문화원장
어느 방송인지 어떤 내용인지, 관심 있게 보질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드라마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제목부터 문제가 있다하여 여기저기서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만, 얼마 가지 않아 ‘차칸 남자’는 ‘착한 남자’로 변신했다는 걸 알고 있다.
작가나 방송사가 어떤 의도에서 그렇게 제목을 붙였는지도 역시 모르겠지만, 여하튼 ‘튄’ 행위였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몇 년 전 쯤 될 것이다.
일요일 밤의 ‘개콘’에 등장하는 한 개그맨이 어법에도 전혀 맞지 않는 ‘완전’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어느 작가가 쓰기 시작했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완전 좋아!’, ‘완전 맛있어!’
듣기도 너무 어색했던 이 말은 어쩌면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처음 본 것일 뿐, 이미 다른 곳에서도 한창 쓰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더니 이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표현의 자유’ 때문인지 누구하나 지적하지 않는다.
올바른 표현이 생명과도 같은 언론에도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기자도 사람이고 편집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수’와 ‘무지(無知)’는 다르다.
며칠 전 어느 방송 뉴스에 등장한 자막 실수(?), ‘충북 예산’이 그것이다. 예산군이 충남인지, 충북인지 모르는 게 실수일까, 무지일까?
그건 실수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르면’과 ‘빠르면’을 구분 못하는 기자는 실수일까, 무지일까?
“빠르면 이번 주말쯤 밝혀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빠르면’은 ‘이르면’으로 고쳐 써야 한다. 빠르면(快)과 이르면(早)을 구분 못하는 건 실수가 아니라 무지이다.
공무원들은 어떨까?
경력이 10년, 20년씩 된 중견 공무원들 가운데도 결재(決裁)와 결제(決濟)를 구분 못하고 쓰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에 대한 한글 교육이, 더 나아가 국어교육의 강화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바로 이런 데서 연유한다.
더구나 컴퓨터 자판 세대인 지금의 아이들은 도대체 ‘쓰기’가 안 된다. 자신의 이름도, 학교의 이름도, 쓰는 게 아니고 ‘그린다.’ 한자 쓰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자판 두드리는 속도는 보통 빠른 게 아니다.
지난 달 우리 학생교육문화원에서는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사랑 큰 잔치’를 개최했다.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게 하고 우리말을 바로 알고 바로 쓰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임은 물론이다.
도내 각 지역교육청에서 예선을 거친 324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아이들의 국어실력 테스트를 위한 초등학교 4학년의 시험문제 일부이다.
●다음중 맞춤법이 올바른 것?
아랫사람/ 빨래줄/ 제빗과/ 마루바닥
●쓰임이 올바른 것?
힘에 부친다/ 불을 부친다/ 취미를 부친다/ 조건을 부친다
●바르게 쓰인 것?
호랑이 발자욱/ 눈곱이 끼었다/ 다시 붙여 놓을게/ 돌맹이를 던졌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답이 어느 것인지 헷갈릴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우리말’이다.
‘우리말’도 ‘우리나라의 말’이므로 ‘우리 말’이라고 띄어 쓰는 것이 옳은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며칠 전 반기문 영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하여 상을 받은 학생의 아버지에게 “식사 안 하셔도 배부르시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학생의 인사는 그저 인사였을 뿐이다.
솔직한 심정은 한글 사랑 큰 잔치에 입상한 학생들에게 더 큰 격려와 관심을 갖지 못한 자책감이 앞섰다.
그것은 이제 두 달 밖에 안 된 학생교육문화원장 초년병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