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이다. 공식 통계로는 920조원에 달하지만,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갚아야 할 전세금까지 합치면 160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가계와 금융권은 물론 금융당국과 중앙은행, 그리고 관련 연구소들까지 가세해 조사결과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이다. 이런 눈덩이가계부채가 곳곳에서 부실 조짐을 보인 지 오래다.

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특히 자영업자와 고령층, 저소득층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로 부채상환 능력이 급속히 악화돼 어느 순간 가계 파산이 속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선 집값이 30%까지 떨어지면 은행도 버티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2004년 카드대란 이상의 핵폭탄급 금융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집값 하락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고통 받는 고위험 하우스푸어10만가구에 달한다.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57만가구로 파악됐다. 이들이 갚아야 하는 빚이 무려 150조원에 달한다. 다소 무리하게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집값이 추가 하락하거나 대출 금리가 오르면 하우스푸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또한 빚에 허덕이고 있다. 뚜렷한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다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충북의 가계부채는 지난 7월말 현재 123000억원으로 2010년 이후 연평균 8.3%나 상승했다. 특히 비은행금융기관의 저소득층 생계형대출을 중심으로 급속한 증가세다. 이 같은 증가세는 전국 평균 6.9%보다 1.4%포인트 높은 수치다.

당장 충북의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 엄청난 사회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기 전에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정책 방향에 눈이 쏠리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크게 보면 재정지원 확대와 이자율 인하로 요약된다.

하지만 재정지원은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으로 신중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형평성 논란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율을 내리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출 문턱이 강화돼 대부업체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저신용층은 고리사채로 내몰리는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각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대책을 고심해야 하는 대목이다.

대선 주자는 표를 의식한 대책보다는 경제 살리기의 큰 틀에서 현실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