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이모(18) 군은 학원에서 귀가할 시간에 하는 엠넷 슈퍼스타K 4’를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본다. 토요일 밤에는 컴퓨터로 무한도전을 시청한다. 본방송은 과외 때문에 놓치지만 2~3시간 후 P2P 사이트에 영상이 뜨기 때문에 본방을 놓친 아쉬움의 시간은 길지 않다.

이처럼 젊은 세대에게 본방 사수TV를 보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방송시간에 TV 앞을 지키지 않으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놓친다는 절박함은 이들에게 찾아보기 어렵다.

본방 사수로부터 자유로워진 젊은 세대의 현실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TV에서 뉴미디어로

11일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10-30대 시청률은 절반 이상 줄었다.

200213%였던 이들 세대의 평균 시청률은 올해 5%대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 시청률 감소율이 25.7%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의 시청률 감소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

TV를 떠난 시청자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 매체로 눈을 돌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작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6669명 가운데 인터넷, DMB, 스마트폰 등 신규 매체 이용으로 TV 이용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은 21.0%였다. 20대 응답률이 39.7%로 가장 많았고, 이어 1033.9%, 3027.2% 순이었다.

보고서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이 향후 매체 이용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와 매체 이용자 유형이 더욱 다양하게 세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의 다변화가 원인

통계에서 보듯이 10~30대 시청률의 감소 배경에는 뉴미디어와 다매체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양환 박사는 예전의 미디어 환경이 TV 앞에 붙어 있어야 하는 선형적 시청패턴이라면 지금은 비선형미디어 환경이라며 “‘본방 사수하지 않아도 VODIPTV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채널이 많아지다 보니 장르도 다양해지고, 시청층도 IPTV 디지털케이블, 케이블, 위성, 종편으로 분산된다고 덧붙였다.

10~30대가 뉴미디어와 다매체 이용에 적극적이다 보니 미디어플랫폼의 다양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경향은 시청률 하락을 가속화해 시청률 대박 작품의 탄생을 어렵게 했다.

2000년대 들어 평균 시청률 40%를 넘긴 작품은 대장금’ ‘파리의 연인’ ‘주몽’ ‘진실네 작품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작은 20073월 종영한 주몽이다. 5년 넘게 시청률 40%초대박작품이 나오지 않는 셈이다.

올해 최고 평균 시청률은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기록한 33.1%.

프로그램 중장년층 겨냥

젊은 세대의 시청 비중이 줄어들면서 중장년층이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자연스레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현재 시청률 추산 방식에서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보다 올드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중장년층의 취향을 많이 보게 된다시청률과 화제성이 따로 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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