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압수수색 불발…영장집행 거부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했다.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관계장관과 수석비서관 등의 의견을 들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하금열 대통령실장 주재로 권재진 법무부 장관, 이재원 법제처장, 이달곤 정무ㆍ최금락 홍보수석, 장다사로 총무기획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 실장으로부터 회의에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재가했으며,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특검의 수사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두번째다.

최 수석은 특검팀의 수사연장 요구 거부 배경과 관련,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면서 "더욱이 근래 사저 터가 국가에 매각돼 사실상 원상회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는 특검수사에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했다"면서 "특검이 지난 9일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하면서 이유로 든 청와대 압수수색이 12일에 이뤄지는 등 특검이 제시한 사유들이 청와대의 적극적 협조로 대체로 해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가 더 길어질 경우 임기 말 국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되고, 특히 엄정한 대선관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로서는 국익을 위해서도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특검은 특검법이 도입될 때부터 특정 정당에 의해 특검이 추천되고,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수사가 이뤄져 `정치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수사에 대한 불만을 간접 토로했다.

최 수석은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안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청와대는 특검이 이미 특검법이 정한 수사범위 내에서 법적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 스스로도 정해진 1차 수사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겠다고 수사 초기부터 여러 차례 공표한 바 있다"면서 "따라서 특검은 파악된 사실을 토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하루빨리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팀이 이날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이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특검팀은 이날 청와대 측이 임의제출한 자료를 받기는 했으나 이외에 다른 자료를 확보할 수 없게 돼 이번 수사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34)가 큰아버지인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빌리기 위해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고 진술한 차용증 원본파일 등을 제출해달라고 청와대 측에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거부로 끝내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특검팀은 금감원 연수원에서 일단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저부지 매입계약 등과 관련된 청와대 경호처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된 조건에 따라 강제 압수수색을 하기에 앞서 이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받았다.

특검팀은 한 시간가량 자료를 제출받고 검토한 결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을 집행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청와대 측은 형사소송법 관계규정에 따라 이를 승낙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집행불능이 됐고 절차가 종료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내세운 관계규정은 형소법 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 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공무원이 소지·보관할 물건 중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는 소속기관 또는 감독관청의 승낙없이 압수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들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기관이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도 붙어 있다.

특검팀은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서면조사하기로 했다.

김 여사는 자신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시형씨가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부지매입자금 6억원을 대출받은 것과 관련된 참고인 신분이다.

특검팀은 "방문조사와 서면조사 등을 조율하다가 조사 필요성과 영부인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서면조사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날 김 여사 측에 서면질의서를 보내거나 청와대 측으로부터 김 여사의 답변서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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