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앞두고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버스, 택시, 건설업계 등이 잇따라 집단행동에 나섰다. 운수업계의 두 축인 버스와 택시업계가 최근 심각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조짐을 보이자 버스업계는 사상 초유의 버스 전면 운행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정부까지 버스업계의 힘을 실어 줬다.

소위 ‘택시법’의 본회의 통과가 좌절되자 이번에는 택시업계가 다음달 7일 전국 25만대 차량을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고 와 집회를 연다고 한다.

택시업계는 택시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부산·광주·대전 등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할 계획이고, 버스업계도 택시법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면 다시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 말 이후 극심한 침체로 신음하는 건설업계도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전국 전문건설업체 대표 7500여명은 지난 23일 정부와 정치권에 생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전문건설인 한마음 전지대회’를 열었다.

각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침체에 빠진 업계의 절박한 상황과 표몰이에 나선 정치권의 이해가 맞물려 빚어진 결과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고, 각 업계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버스와 택시업계 집단 움직임을 초래한 택시법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는 30만명, 시내버스 종사자는 10만명이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직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 택시노동자연맹 간담회에서 택시업계의 건의를 듣고 “다른 교통수단과 관계를 고려해 검토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대선공약으로 정식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택시업계가 지속적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의원 5명이 입법을 제안했고, 이번 대선 후보들도 택시업계를 만나 이 같은 요구에 긍정 반응을 보인 만큼 해당 법안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새 정부에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18~19대 국회에서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야당은 법 통과를 당론으로 채택했으며, 여당도 법안 통과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지나치게 표를 의식하는 선거풍토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어려운 업계 사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정책 수립에 도움은 되겠지만 후보의 철학과 각 정당의 정책과 상관없이 표만 의식해 선심성 정치행위를 할 경우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막대한 재정투입이 뒤따르는 민감한 법안들은 사전에 철저하게 심의가 이뤄지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정부도 손을 놓고 수수방관만 할 게 아니라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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