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현종 역에 한상진

품의무게감 등 곤룡포 입은 개혁군주 연기 일품

역사적 사실에 현 트렌드가 더해진것이 인기비결

천민 백광현 발탁한 어질고 모범적인 왕 그릴 것

이번에는 왕이라고 하기에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짜 왕 역인 거에요.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 남자 배우에게 왕 이상의 역이 어디 있겠어요. 또 제 아내는 저 덕분에 갑자기 중전이 된거잖아요?(웃음)”

한상진(35)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MBC TV 월화 사극 마의에서 조선 18대 임금 현종(1641~1674)을 연기하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마의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등장인물에 고루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한상진이 연기하는 현종 역시 열린 마음을 지닌 개혁 군주로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곤룡포를 입은 한상진의 모습이 기품이 넘치면서도 어진 젊은 왕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상진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대사 처리에서도 그는 왕다운 무게감과 품위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

왕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도 좋은데 캐릭터가 주인공 백광현(조승우 분)을 발탁해 끌어주는 역할이니 최고죠. 작가님과 PD님이 캐릭터를 잘 만들어주신 덕분입니다. 곤룡포를 입으면 확실히 자세가 달라져요. 굉장히 조심스러워지고 진중해져요.(웃음) 목소리부터 달라지죠. 평소에는 플러스 5 정도로 제 목소리가 떠 있다면 현종을 연기할 때는 마이너스 5 정도로 목소리가 가라앉습니다.”

현종은 천민인 마의 백광현을 어의로 발탁한 임금이다. 드라마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여러 가지 살을 붙여가며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현종 때 조선은 기근과 역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그런 환경이다 보니 의원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속에서 백광현도 파격적으로 발탁된 게 아닐까 싶어요. 현종과 왕실 인물들도 이런저런 병에 시달렸다고 해요. 그때의 기록이 다 남아있지 않아 실제로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지점에 우리 드라마가 상상력을 더하는 거죠.”

그런데 왕이긴 하지만 그가 용상에 앉아있는 점잖은 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의가 의학에 중점을 두면서 현종이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모습에서부터 통증 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이 충실하게 그려지고 심지어 현종의 변까지 화면에 등장한다.

이병훈 PD님이 철저하게 고증을 하시는 분이라 이를 닦는 것도 진짜로 나뭇잎에 소금을 묻혀 닦았죠. 그런데 왕이 야외에서 세수하던 날이 하필 영하 4도라 얼어 죽을 뻔했어요.(웃음) 화면에는 여유 있게 세수하고 이 닦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주변 연못물이 다 언 상태였어요.”

지난 3~4일 방송에서는 현종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음의 고통을 맛보다 백광현의 지혜와 혜안으로 극적으로 살아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한상진은 자리를 보전한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연기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담석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담석이 실제로 이성을 잃게 하는 통증을 준대요. 진짜 죽을 것 같이 아픈 연기를 펼쳐야 했던 거죠. 이순재 선생님께서 너 아픈 연기 잘하더라라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좋았어요.(웃음) 재밌는 건 제가 하얀거탑을 할 때 간담췌 전문의였다는 겁니다. 그때 담석증 환자를 많이 봐서 그 통증에 대해 간접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는 그런데 화면에 변까지 등장하니까 좀 쑥스럽더라며 웃었다.

물론 가짜이긴 하지만 현종의 변까지 등장해 어의들이 냄새를 맡고 하니까 더 가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못볼꼴까지 다 보여주면 제가 나중에 어떻게 멜로 연기를 하겠어요.(웃음) 다행히 이 PD님이 너무 고통스럽고 아픈 것은 싫어하셔서 그 에피소드는 거기서 끝났죠.”

그는 이병훈 PD2007년 작 MBC ‘이산에서 정조시대 문신이자 충신인 홍국영을 연기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세종시대 집현전 학자 심종수 역으로 방점을 찍었다.

사극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다들 제가 사극을 많이 한 걸로 아세요. 그만큼 앞선 두 역할이 다 좋았다는 거겠죠. 그런데 세 번째 역도 너무 좋아서 이게 무슨 복인가 싶네요.”

현종 역을 맡자마자 능을 찾아갔는데 천연기념물이 많은 곳이라는 이유로 입장이 통제돼 아쉽게 발을 돌려야 했다는 그는 이후 현종 관련 책들을 다 찾아보며 준비를 했다. 당시 복잡한 정세 속에서 고민이 많은 왕이었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후궁도 없었고 아주 모범적인 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의에서 현종은 백광현을 위기 때마다 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병훈 PD님 작품이 늘 주인공을 미치겠는 상황까지 몰고 가서 반전을 꾀하는 재미가 있는데 마의도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웃음) ‘대장금이나 허준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오는데 인과응보라는 주제는 같아도 그 내용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 PD님이 트렌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요. ‘마의는 사극이지만 지금의 트렌드를 담고 있고 그렇기에 배우들의 연기 톤도 앞선 작품과 확연하게 다릅니다.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테니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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