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놀라운 일도 아니다. 당초부터 예고된 ‘위장 진보’의 국고보조금 떼먹기 쇼에 불과하다.

진보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교체를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씨가 첫 TV토론회에서 스스로 밝혔듯, 당선은 꿈도 꾸지 않았고 오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정치 쇼를 벌였을 뿐이다. 당선될 가능성도 없었다.

이씨는 이날 “오늘 진보 민주 개혁세력의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실현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이뤄내기 위해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서민, 농어민과 함께 사는 새로운 시대, 남과 북이 화해하고 단합하는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며 “절망을 끊겠다. 진보의 미래를 열겠다”고 주장했다.

누가 진보세력이며, 민주세력이란 말인가. 스스로 노동자, 서민, 농어민과 함께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으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완주하는 것이 약속에 대한 책임이며, 지지자들에 대한 의무다. 이씨는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논란을 빚어온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해선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27억원이란 막대한 혈세를 고스란히 떼먹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반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언제부터 그토록 법과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며 살아왔는가. 법과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이며 진보의 신념이란 말인가. 대선 후보를 낸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말 그대로 선거자금으로 활용하라는 암묵적 규정이 수반된다.

당연히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을 때만 국고보조금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선거에 사용하라는 국고보조금은 후보직을 사퇴하는 순간 사용할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강제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이씨는 국고보조금을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

심상전 전 진보정의당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일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19억7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포기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심 후보도 국고보조금을 반납하지 않고 소속 정당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으나, 진보의 양심과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에 기꺼이 이를 포기한 것이다. 차제에 정치자금법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정당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즉각 환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고보조금의 지원 목적과 국민정서에 부합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와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온 국민의 기대는 지지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장 진보의 꼭두각시에 의해 처참히 부서졌다. 만일 그의 말대로 박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인 자신의 희생적인 행동으로 인한 것이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것이 뻔하다. 반대로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어떤 궤변을 통해 자신의 후보직 사퇴를 합리할 지 자못 궁금하다.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대선을 치기어린 정치놀음판으로 만들어버린 이씨가 대선 정국에 남긴 것은 진보와 성장의 정치가 아닌, 퇴보와, 구태와, 혼란과, 불신의 고착화일 뿐이다. 그의 말과는 달리 진보의 미래를 차단하고 절망만 남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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