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핵심 인선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정권인수 작업에 착수한다.

"인수위 활동 두 달이 향후 5년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수위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인수위원장은 내년 2월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취재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인수위의 역할을 요약하자면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내년 2월25일까지 활동하면서 정부 부처와 청와대의 주요 현안 및 업무를 인수 인계받아 차기 정권이 공백없이 국정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기 정부의 틀을 짜고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그리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인수위의 업무영역을 보면 국정 비전과 대선공약의 구체화, 정부조직 개편, 조각(組閣) 및 청와대 인선 등으로 볼 수 있다.

당선인의 다양한 비전과 공약을 현 정부의 정책과 비교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이어받을 것은 유지한다. 새해 예산 및 재정 건전성 등을 가늠하면서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공약을 쳐내는 작업도 인수위에서 이뤄진다.

당선인이 국정을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을 다시 짜는 것도 인수위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박 당선인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정보통신 생태계 전담조직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현재 15부2처18청의 정부 조직은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각을 구성하고 청와대 진용을 짜는 것은 '인사가 만사다'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인수위의 업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매끄럽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역대 인수위에서는 인수위 인사가 내각이나 청와대에 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전체 인수위원급 111명 가운데 76명, 즉 69%가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직에 기용되는 등 인수위는 차기 정부 요직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인수위 자체가 `예비내각'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당선인의 비전과 철학을 제대로 수행할 능력 있고 참신한 외부 인사를 찾아내 발탁하는 것도 인수위 업무의 핵심이다.

인수위는 현 정부와 `협력적 우호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

1987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태우 당선인은 '대통령취임준비위'를 가동하며 단순히 취임식 준비를 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992년부터 인수위의 권한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인수위법이 제정된 것도 이 시기였고, '인수위=점령군'이라는 공식도 생겨났다.

기존 정부와 강한 정책 차별화를 시도하며 갈등이 생기는 바람에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인수위 권한이 막강해지다 보니 `정권 실세'가 등장하면서 실세끼리의 권력 다툼,'줄 서기' 관행의 시발점이 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 때는 캠프 또는 당 출신 인사를 배제하며 시민단체와 대학교수 위주로 인수위가 꾸려지면서 '코드인사' 비판을 받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캠프 인사 위주로 인수위를 꾸리면서 논공행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러한 관행과 악습을 끊어낸다는 취지로 작은 규모의 '실무형',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인수위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점령군'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한, 인수위 실무진 인선에 있어 '전문성'을 제1원칙으로 삼아 조용히 인수인계 업무에만 충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논공행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점이나 '철통보안' 인사 원칙을 고수하는 점은 인수위에서부터 권력형 비리가 시작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인수위나 차기 정부의 내각 또는 청와대 진용을 짜는 데 있어 더욱 엄격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나친 '보안 인사' 기조가 걸림돌이나 한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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