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시청률 기근 심화… 케이블에 추월당하기도
“작품성?흥행성 갖춘 드라마로 지상파 자리 지킬것”
“드라마가 시청률 20%를 넘을랑말랑해서 속이 뒤집힙니다.”
지난달 31일 2012 MBC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쥔 ‘마의’의 조승우가 수상 소감으로 한 말이다.
‘마의’는 현재 월화극 중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시청률 20%의 벽을 좀체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SBS ‘청담동 앨리스’의 박시후는 “체감인기는 굉장한 것 같은데 시청률이 높지 않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박시후는 “새해에는 시청률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 기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심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 웬만한 화제작도 20% 벽을 넘기 어려운 상태.
황금시간대 편성에 50~60대 이상의 고정 시청층을 두텁게 확보한 KBS 1TV 일일극과 2TV 주말극만이 예외적으로 20~30%대를 유지하고 있고 그 외 드라마들은 신드롬을 일으켜도 10%대 전후의 시청률에 만족하고 있다.
●‘닥본사’ 하향세… 체감 시청률 의지
매체 다변화, 시청 패턴 다양화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가 갈수록 사라지고 기존 시청률집계에는 잡히지 않는 ‘체감 시청률’이 그에 반비례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배우들이 시청률은 포기(?)한 채 ‘체감 시청률’에 의지하며 힘을 얻고 기운을 차리는 일은 이제 흔한 광경이다.
박시후의 캐릭터 플레이와 스토리로 젊은층의 관심을 얻고 있는 ‘청담동 앨리스’의 가장 최근 시청률은 12월23일의 10.9%.
지난 연말 방송사 시상식을 휩쓴 박유천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MBC 수목극 ‘보고싶다’의 지난 2일 시청률도 10.9%다.
탄탄한 대본과 김명민, 정려원 등의 호연이 호평을 받고 있는 SBS 월화극 ‘드라마의 제왕’은 6%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과는 ‘딴세상’에서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즐기는 작품도 있다.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는 상승세 속에서 지난달 30일 자체 최고 시청률인 37.2%를 기록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MBC ‘해를 품은 달’도 30~40%를 넘어섰다.
‘해를 품은 달’은 18%에서 출발해 42.2%로 종영했고 평균 32.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6일 막을 내린 ‘대세남’ 송중기 주연 KBS ‘착한남자’도 평균 시청률은 15.3%, 최고 시청률은 18.3%였다.
●‘도토리 키재기’ 경쟁
또다른 시청률조사업체 TNmS는 SBS 수목극 ‘대풍수’가 지난 2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 수목드라마간 시청률 차이가 전국 3% 이내로 좁혀졌다는 자료를 3일 냈다.
‘대풍수’의 자체 최고 시청률이라고 해봤자 10.4%. 경쟁작인 KBS 2TV ‘전우치’는 13.4%, MBC ‘보고싶다’는 11.1%로 집계됐다.
세 작품 모두 스타들이 즐비하게 출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대 초반의 아등바등 시청률 경쟁이 초라하게 비친다.
주말극은 웬만하면 20%를 넘어선다는 얘기는 이제 아주 옛말이 되고 말았다.
●JTBC ‘무자식 상팔자’ 6% 돌파
JTBC 주말극 ‘무자식 상팔자’는 지난달 30일 시청률 6%를 돌파했다. 이날 방송된 ‘무자식 상팔자’의 19회는 전국 시청률 6.674%를 기록하며 6%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 9월18일 막을 내린 tvN ‘응답하라 1997’은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7.55%(TNms리서치, 케이블TV 가입가구/tvN, OCN, Mnet, 올’리브 4개 채널 합산 기준)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시청률은 9.47%까지 치솟았다.
여전히 지상파가 케이블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5%대의 저조한 시청률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만큼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라고 해서 시청률을 결코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작품성과 흥행성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두 축이다. 시청률 파이가 작아졌다고 하지만 작품성이 좋고 흥행성을 갖추고 있으면 시청률은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청률은 으레 낮은 것’이라는 위안은 금물이라는 것.
한 드라마 PD는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해도 여전히 시청률 30~40%짜리 작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결국은 잘 만들면 많이 보게 돼 있다는 것”이라며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