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일 청주시 건설사업본부장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연말연시 내내 영하 10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다.

또한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하얀 겨울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12월 눈이 관측된 날이 18일이나 됐다. 이는 이 전년도 10일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눈이 내린 횟수도 많지만, 적설량도 예년과 비교하면 대단히 많다.

하면 우리 청주시 직원들은 폭설과 도로결빙으로부터 시민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눈과의 혈투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추위가 다가오면 비상연락체계를 정비하고 염화칼슘, 소금, 모래를 확보하는 등 제설계획을 먼저 수립하게 된다.

청주시는 직능단체와 공무원이 참여하는 자율제설단을 운영한다. 18개 권역으로 제설구간을 설정, 권역별 제설구간 책임제를 시행함으로써 겨울철 폭설·결빙으로 인한 안전사고 사전예방에 대비하고 있으며, 신속한 제설작업을 위해 제설차량 및 제설장비(교반기, 굴삭기) 등 총 27대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강설 징후 1시간 전 제설장비를 현장에 배치하고 적설량이 5cm 이상 내릴 경우 비상근무 발령을 내려 전 직원이 주요 간선도로변 보도 책임구간에 제설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시는 올해 지난해보다 1.5배 많은 염화칼슘을 준비했지만 벌써 바닥을 보여 추가 구매를 했다. 작년 이맘때보다 무려 30cm 이상의 눈이 더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화칼슘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물량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엔 염화칼슘을 1t16만원에 확보했지만 현재 최고 44만원 선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염화칼슘은 현재 가장 효과적인 제설 방안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른다. 차량의 흠집으로 침투해 철판을 부식시키고, 각종 도로파손을 유발한다. 하지만 선뜻 염화칼슘 이외의 제설대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도 제설제를 얼마나 또 뿌려야만 할까? 심각한 교통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도 조급하다.

시는 가장 눈 잘 치우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의 대응만으로는 관내 전 지역에 대한 제설작업이 불가능하다. 주요 간선도로는 신속한 제설작업으로 대부분 눈이 치워지지만, 주택가 뒷길이나 골목길,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은 쌓인 눈들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는 것이다.

청주시는 20071건축물관리자 등의 제설·제빙 책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보도나 이면도로의 눈 또는 얼음을 제거하는 작업에 관한 책임을 건축물의 관리자나 소유자, 점유자에게 묻는 조례이다. 이 조례에 따르면 인도에 접한 건물 주인은 제때 집 앞 눈을 치워야 한다.

하루 동안 내린 눈의 양이 10cm 이상일 때는 눈이 그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 이보다 적을 때는 눈이 그치고 나서 4시간 이내에, 밤에 눈이 내렸을 때는 다음날 정오까지 제설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선진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민 모두가 제설작업에 동참할 때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원활한 차량통행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 집 앞에 쌓인 눈 치우기를 생활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제설이 법적인 문제이기에 앞서 남을 배려하려는 시민의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동차에 체인을 감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내 주변의 눈은 내가 치워보자. 내 주변 가족의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으로 제설도구를 준비하고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운동에 솔선해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