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의 청년들, 속리산 법주사에서 템플스테이

천년고찰 속리산 법주사 - 정적이 흐르는 눈 덮인 절간에 서양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왁자하다.

8일 오전 11시께 법주사 템플스테이 연수원에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아이오와주 세인트 앰브로스(ST.Ambrose)대학 등 8개 대학에서 온 대학생들이 눈을 치우느라 법석을 떨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7일 한국에 도착해 11일간의 서울과 판문점 등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7일 이곳에 와 2박3일 간의 템플스테이를 시작했다.

앰브로스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덕향(43) 교수의 인솔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대학생들은 법주사에서 2박3일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학생들은 남학생 4명과 여학생 11명 등 모두 15명.

이들은 템플스테이에서 보관(50·법주사 연수국장) 스님의 지도아래 예불과 참선, 차담 등을 체험하면서 한국 불교와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보관 스님은 “차담 시간에 미국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니 비교적 쉽게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이 빨랐다”며 “108배를 하면서 일부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절 한 번 한 번의 의미를 설명하며 진행하니 대부분 상당히 진지하게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연수에 참가한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날까지 힘들었던 일정으로는 108배와 새벽 3시 기상 등을 꼽았다.

보통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템플스테이지만 이번 미국 대학생 방문단은 2박3일의 여유 있는 일정으로 산행·탈골암 순례, 종이연꽃 만들기, 참선 등의 일정을 진행한다.

유난히 추운 한국의 이번 겨울,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인상은 강하게 남았다.

“추워도 너무 추워요. 미국도 4계절이 있지만 우리가 사는 미국 중서부보다 한국의 겨울은 훨씬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것 같아요.”

혹한의 날씨에 힘들만도 하지만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세인트캐서린(ST.Catherine)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는 사브리나양(21·Sabrina yang)씨는 “개신교 신자지만 천주교 신자 교수로부터 타 종교에 대한 관대함을 배우면서 불교에 대해서도 거부감은 없었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는 게 쉽진 않지만 낯선 불교를 알고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들에게 비교적 깔끔하게 비춰졌다.

“한국의 거리에서는 쓰레기통을 찾아볼 수 없는데도 거리가 상당히 깨끗해서 신기했어요. 또 미국과 다르게 공공장소에서 남녀 친구들 간의 스킨십이 없는 것도 ‘예의(禮儀)’라는데 의아했지요.”

서울 인근에서 10여일 한국체험을 하면서는 교통체증으로 어려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템플스테이를 포함한 미국 아이오와주 천주교재단 8개 대학 학생들의 한국문화체험은 한국 출신의 김 교수 제안으로 결행됐다.

김 교수는 “여러 대학들이 세계 각국에 대한 이해와 문화 체험을 위해 함께 진행하는 해외문화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이번 한국문화체험에 참가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한국을 이해하고 좋은 인식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지만 법주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이곳 스님들의 깊은 배려와 관심으로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며 “법주사 스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 방문을 제안한 김 교수는 한국을 오천년 이상의 역사와 독특한 문화, 언어, 정치체제 등을 지닌 나라이고 동아시아의 신념과 정치·경제를 이해하는데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방문단에게 각인시키는 좋은 기회였다고도 말했다.

이들 대학생 방문단은 9일 템플스테이 일정을 마치고 서울 주요 관광지와 비무장지대(DMZ), 삼성 세계본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귀국한다. <오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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