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어나는 일 중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통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소통의 부재로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통의 부재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한 해에 300조 원에 달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바로 소통을 가로 막는 원인은 나쁜 말버릇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신과 전문의가 쓴 ‘소통의 기술’에는 소통을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말버릇이 몇 가지가 나와 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누가 어떤 실수를 했거나 잘못을 하면 사람들이 흔히 내 뱉는 말이 그것이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혹은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었다는 듯이 사람의 됨됨이를 단정 지으며 하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낙인찍어 버리면 마음의 문을 닫아 잠그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를 전개해 나가기가 힘들게 된다.
사람들이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자기 주변에서 벌어진 예기치 않은 사건에 대해 과거의 증거들을 모아 시나리오 구성해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누가 그 말을 먼저 꺼내면 “맞아,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하고 맞장구를 치고 그 시나리오를 더욱 풍부하고 정교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기까지 한다.
“그것도 못해”와 “그것도 몰라”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누구나 타인이 나를 낮추어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나 내가 낮추어지는 상황이 되면 불쾌해 하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말들은 지식, 능력, 보유라는 세 가지 척도에서 상대방에게 의심을 품어 상대방의 정체성이나 자기 확신 감마저 뒤흔드는 위험한 말들이다.
별다른 악의 없이 농담 삼아 던진 말이지만 이런 부류의 말들이 듣는 사람에게는 상상 이상의 끔직한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내 쪽에서야 궁금하기 짝이 없고 도대체 왜 그가 그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질문이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문제가 아닐 때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 실수를 한 당사자는 그저 주변에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어주기만을 바라고 있으며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가만히 내버려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이 같이 소통의 부재 속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는 비록 개인 간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구나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역현안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통의 기술이 소통의 부재 속에 영영 빠져 버린다면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통이 통하고 그 소통으로 인해 모두가 화합하는 올 한해가 되길 빌어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