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기 원 신성대 교수

최근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새 정부 조각에 몰두하고 있다. 언론에 나타난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보면 당선된 직후에는 신중에 신중, 그래서 느림’ ‘보안이 1원칙’ ‘한번 신뢰하면 끝까지 기용’ ‘2인자는 키우지 않는다’ ‘늘 깜짝 인사 나와라는 보도가 있었고 인수위원회 1차 인선안이 발표된 이후에는 더 강해진 비밀주의’ ‘한번 쓴 사람 안 바꿔’ ‘껄끄러운 인물들 재기용’ ‘비영남권 대거 발탁이라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철통보안·깜짝인사에 대하여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과연 소통이 되는 것인가라는 우려와 지나친 보안과 소수의 관여로 검증에 허점이 있고, 특정인사에 대한 정보가 한번 잘못 입력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단점도 있다고 하였다.

그의 인사스타일은 평소 본인이 내세운 소신과 원칙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 인사와 관련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 보다는 본인이 소신껏 원칙을 가지고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의 책임자로서 국민대통합을 내세우고 있는 입장에서 과연 이러한 논리들이 앞으로 얼마나 설득력있게 국민들속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역대 지도자들 중에서도 소신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국민들 눈에는 독선과 아집으로 비춰져 소통부재라는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도자가 소신과 원칙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참모들은 눈치만 보고 쓴 소리는 하지 못하게 돼서 결국은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밖에 당선자를 지지한 국민들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이 당선자의 소신과 원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그녀의 인사스타일과 관련하여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부친이 측근에 의해 저격당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19615.16군사쿠데타이후 197910.26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청와대에서 아버지의 용인술을 지켜봤고 어머니가 피살당한 이후에는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로서 아버지의 국정운영을 도왔기 때문에 아버지의 인사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즉 한번 믿고 쓴 사람은 결정적 실책이 없는 한 계속 기용하는 것이나 분할통치(divide and rule)로 다양한 세력간의 경쟁과 견제를 유도하며 2인자를 두지 않는 것 그리고 경제통또는 정책통을 선호하는 스타일이 닮았다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가 가신에 의해 시해당한 것이나 그 이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벌어진 암투 등을 보면서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보안을 강조하는 특성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권력을 잡은 과정에 대한 논의를 별개로 한다면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3공화국과 4공화국이 완전히 다르다. 3공화국의 경우 그래도 국리민복을 위해 매진하고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기 위해 고심한 측면이 있지만 4공화국 즉, 유신정권의 경우에는 정권연장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이를 위해 측근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박대통령이 최측근에 의해 시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쩌면 박대통령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 모른다. 박당선자도 이러한 부작용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은 박당선인이 청와대에서 오래 생활했고 결혼도 안해서 국민들의 고민을 제대로 알겠냐고 하지만 오히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가족비리나 친인척비리는 없겠다는 안도감을 갖기도 한다.

당선인은 취임이후 누군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을 추진한다면 그런 사람들을 특히 경계하여야 한다. 자칫 국론분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평도 있지만 인권을 억압한 독재자라는 평도 받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룬 공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근대화가 인권을 억압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 진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국민대통합을 이루려는 당선인의 의지가 재임기간 내 빛을 발하려면 이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임기내내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그것이 또한 부친의 무덤에 감사의 술잔을 올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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