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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피로사회
  • 동양일보
  • 승인 2013.01.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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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훈 양업고 명예교장

독일의 카를수르에 조형 예술대 철학교수 한병철은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철학적으로 진단하며 ‘피로 사회’라는 책을 내 놓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로 읽혀지고 있다.

이 책에서 ‘피로’는 인체의 간이 내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는데도 외적으로는 그 고통을 감지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며, 그는 오늘의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규정한다.

우리의 사회가 계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진입하면서 과거의 질환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을 앓고 있었지만 항생제의 발견으로 종식되었고, 오늘은 또 다른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질병은 신경성 질환으로 우울증,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소진 증후군 등이다.

과거 사회인 계율사회는 ‘해야 한다’ 는 당위성에 충실하면 되었지만, 현재 사회는 급격히 성과사회로 전환되면서 ‘너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성의 공급 과잉에 시달려, 신경성 질환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에 부응하며 잘하는 사람은 긍정적인 면에서 더 잘하려는 욕심으로 연예인들과체육인들까지 광범위하게 도핑현상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중독증상에 시달리게 되고, 이에 반하여 성과에 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힘껏 노력하고 있음에도 성과가 없어 좌절과 실망으로 소외되며 심한 우울증과 소진 증후군 등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계율사회에서의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확연하지만, 성과주의는 끊임없이 신자유주의를 발전시키며 끝없이 성과를 위해서 자신이 자신을 괴롭히고, 착취하고 긍정 에너지를 쥐어 짜내려는 마음에서 자신에게 또 다른 폭력을 휘두른다고 했다. 저자는 오늘의 사회를 자신이 폭력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유럽사회를 철학적으로 진단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좁은 국토, 많은 인력, 자원의 부족 등, 안정되지 못한 1차 산업의 불안으로 생겨나는 성과사회로의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에 따르는 인성의 부실로 도덕과 윤리성의 부재로 성과생산의 대담성만을 강요해 전쟁 상황도 아닌데 수많은 청소년을 자살로 죽어간다.

나는 학교에 있으면서 건강해야 할 학생들이 경쟁과 빠름이라는 성과주의, 즉 성적 우선주의로 신경성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을 숱하게 보아 왔다.

또한 부모들 사이에서도 직장생활로 겪는 강박에 의한 스트레스, 또 일자리 부재로 서성이는 청소 실업으로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가속도가 붙고 있는 또 다른 병리적 정신질환 현상을 보고 있으면서, 또한 그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이를 책임지고 말리지 못하며, 급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피로 사회를 살고 있는데 과연 처방전은 무엇인가.

‘신은 죽었다’는 니체 이후에 인간은 신을 죽여 놓고 인간중심으로 제멋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신은 결코 인간이 죽일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영원한 존재이다.

인간이 약삭빠르게 물질로, 건강만으로 인생목표를 정하고 세상을 살려할 때 결국 인간의 내면은 한없이 황폐해 져 갈 것이다.

이런 정신적 신경성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시간을 내어 치묵하며 하느님 앞에 내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사랑이 인간 내면에 다시 살아나도록 사는 것이다.

2013 새해이다. 새해에는 우리가 하느님을 우리 안에서 살려내야 한다. 그분이 우리에게 다시 오시고,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물질적, 성과적 부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서 가난함의 행복을 찾는다면, 우리 사회는 피로가 싹 가시어 웃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바벨탑의 우상을 놓고 우리는 잘 산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이 아니다. 너른 바다를 바라보고 높은 산을 오르며 갇혀진 사고를 깨치도록 세상을 넓게 보고 멀리 볼 수 있는 생생한 공부이길 바래본다. 인간 내면의 뿌리도 없이 어찌 좋은 잎과 꽃과 열매를 피우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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