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제” 권고…일선경찰 “회식 점심식사로”
작년 서한문 불구 잇단 음주사건에 ‘특단 대처’

충북경찰에 사실상 ‘금주령’이 내려졌다.

23일 오후 충북지방경찰청 청내방송을 들은 직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시험승진자 발표 등 인사철을 맞아 당분간 저녁시간 단체회식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 같은 ‘저녁 회식 자제’ 권고를 사실상의 ‘금주령’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경찰관 음주운전 사건 등으로 곤혹을 치른 충북경찰이 ‘음주악습 추방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옥천경찰서 호송 피의자 음주폭행 논란 등 음주사고가 잇따르자 구은수 충북경찰청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구 청장은 앞서 지난 22일 오후 도내 각 경찰서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직원들의 저녁회식을 자제토록 하라”고 주문했으며, 각 경찰서장들은 23일 간부회의를 통해 “회식을 술을 마시지 않는 점심식사로 바꾸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권고는 근무 중 술을 마시고 호송 피의자를 폭행한 옥천경찰서 강모(41) 경사 사건에 이어 단양경찰서 최모(48) 경위의 음주사고 등 직원들의 잇단 음주사고가 발생하자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경감급 이하 시험승진자 발표를 앞두고,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각종 음주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

그러나 지난해 10월 도내 전 직원에게 서한문을 보내 ‘폭탄주와 원샷 금지령’을 내렸던 구 청장의 입장에서 3달 만에 직원들의 음주사고가 또다시 잇따라 체면을 구기자 더욱 강한 어조로 ‘금주령’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 경사는 앞서 지난 18일 술값을 내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현행범 체포된 전모(40)씨를 영동경찰서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전씨의 머리 등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강 경사는 당시 ‘승진 턱’ 회식에 참석, 술을 마신 뒤 근무했던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강 경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청주지법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적다”며 23일 영장을 기각했다.

최 경위는 같은 날 밤 10시께 제천시 명지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최 경위의 혈중 알코올 수치는 0.046%로 형사입건은 면했으나 징계를 면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청 관계자는 “새해부터 직원들의 음주사고가 잇따라 당황스럽다”며 “청장의 주문은 사실상의 구두지시로, 각 경찰서 판단에 따라 더욱 엄격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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