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움직임 주목..재계 경제민주화 `코드 맞추기' 본격화할 듯

한화그룹이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가 경제민주화 논의와 맞물려 새 정부의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른 대기업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한화는 27일 비정규직 5천여 명 가운데 2043명을 정규직으로 3월부터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이런 정도의 대규모로 정규직 전환을 단행한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한화는 작년 3월에도 1200여명의 고졸 신입 사원을 공채한다고 발표, 재계에 고졸 채용 바람을 불러일키기도 했다.

2011년 12월 CJ그룹이 극장이나 제과점 등에서 일하는 계약직 600여명을 차례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것을 포함하면 20대 그룹 중에서 대규모 정규직 전환 발표는 최근 2년 새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한화의 이번 결정은 당장 비정규직 노조와 갈등을 겪는 현대차에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는 사내하청 근로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철탑농성을 하는 등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정리해고자 등의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와 팽팽히 맞선 쌍용차측도 마찬가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새 정부를 이끌 박근혜 당선인의 대기업에 대한 핵심 주문이 정리해고 자제, 고용 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결정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이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코드'를 맞추려는 움직임은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 등 주요 권한을 위원회 조직에 넘겼다. SK는 스스로 '지배구조의 혁신'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선을 전후해 결단을 내린 한화와 SK의 공통점은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솔선수범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최근 오너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 악화에 따른 구속집행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한화 김승연 회장은 배임 등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SK㈜ 최 회장은 31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김 회장의 승인이 있었느냐는 말에 한화측은 "경영기획실장과 계열사 CEO들의 조율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아직 보고를 받을만한 상황이 안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특수 사정'에도 불구하고 한화와 SK 결정은 고용 안정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상당한 함의가 있어 향후 재계의 후속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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