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억 미집행 … 국회, 체납충당·압류제한 입법화 추진

 
 
근로와 연계해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을 당사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액수가 9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빈곤층의 국세 체납액을 충당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등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제가 시행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세청이 근로장려금에서 체납 국세를 충당한 금액이 912억원이다. 국세청은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라도 체납한 국세가 있으면 그 액수를 떼고 남은 돈만 지급한다.
근로장려금제는 일은 하지만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에게 국세청이 현금을 지급하는 근로연계형 지원제도다. 성실하게 일해 소득이 높아질수록 근로장려금도 늘어나므로 근로유인 효과가 크다.
지난 4년간 체납 충당한 금액은 같은 기간 지급한 근로장려금 총액(1966억원)4.8%에 이른다.
가구 기준으로 보면 4년간 근로장려금을 받은 가구는 243만가구다. 체납 충당한 가구는 151000가구로 6.2%를 차지했다.
특히 4년간 근로장려금이 모두 체납세액으로 충당돼 근로장려금을 전혀 받지 못한 금액은 797억원으로 전체 충당 금액의 87.4%에 이른다. 가구 기준으로는 전액 충당된 가구가 113000가구로 체납 충당가구의 74.8%였다. 일반 채권자에게 압류돼 받지 못한 근로장려금도 모두 82, 5900만원에 달한다.
압류한 채권자는 주로 금융기관이지만 올해부터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이 확대돼 지방자치단체도 지방세 체납을 회수하고자 압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해 근로장려금의 체납과 관련한 압류를 금지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 2건을 의원 입법으로 발의했다.
국회 기재위는 근로장려금이 근로빈곤층에게 실질적으로 생활비로 쓰이는 점을 고려해 압류와 함께 체납세금의 충당을 금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인다. 그러나 기재부는 국회의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을 준용해야 하고 성실 납세자와의 형평성, 체납자의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납 충당과 압류를 제한하는 조특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이 아니라 계류 중이어서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정부는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2011년에 근로장려금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로는 생활비가 69%로 가장 많았고 자녀교육비 25.4%, 부채상환 3.1%, 저축 1.2% 등 순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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