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아빠! 어디가’ ‘땡큐’ 등

따뜻한 웃음·힐링·메시지 세토끼 잡아

 

날고뛰는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감성 예능이 호평받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게임과 경쟁 위주의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 요소를 빌려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한다.

시청률도 조금씩 상승하며 앞으로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독한 예능은 가라’… 따뜻한 웃음을 찾다

지난 26일 첫선을 보인 KBS 2TV ‘인간의 조건’은 정규 편성 후 첫 방송에서 따뜻한 웃음과 재미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의 개그맨 6명이 문명의 이기 없이 생활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던 이들은 ‘인간의 조건’에서 민얼굴의 생활인으로 변신한다.

첫 회에는 이들이 쓰레기 없이 살기에 도전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직접 지렁이를 사러 가고, 남은 음식을 싸오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탔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도 독한 웃음이 없는 예능으로 통한다.

다섯 아빠와 자녀의 1박2일간 여행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천진한 모습과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보여주며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김유곤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안 보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의 재미가 있지는 않지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며 “아이들이 시골이란 낯선 공간에서 작은 모험을 하며 주는 ‘별것 아닌’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방송된 SBS 2부작 파일럿(시범) 프로그램 ‘땡큐’는 본격적인 힐링 토크쇼로 주목받았다.

‘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라는 부제 아래 배우 차인표, 야구선수 박찬호, 혜민스님 등 별 연관 고리가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이 함께 여행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호평에 힘입어 ‘땡큐’는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했다.

●웃음을 위한 웃음 대신 의미 있는 웃음에 초점

감성 예능은 지난해부터 ‘힐링’ 바람을 타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방송가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

대표적인 장르가 힐링 토크쇼다. SBS ‘힐링캠프’를 필두로 현재 KBS 2TV ‘이야기쇼 두드림’이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다.

최근 선보인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힐링 효과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강호동의 KBS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달빛 프린스’는 책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아빠! 어디가?’는 아버지와 자녀의 여행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땡큐’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인간의 조건’ 역시 문명의 이기 없는 생활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할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인간의 조건’은 첫 회에서 10.1%로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MBC ‘세바퀴’를 0.6%포인트 차로 앞섰다.

7.0%로 출발한 ‘아빠! 어디가’는 방송 3주 만인 지난 20일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남자의 자격’을 추월했다.

‘땡큐’ 역시 첫 방송에서 두 자릿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힘든 시대에 TV에서 단순한 신변잡기의 재미보다는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주제를 예능 적으로 잘 풀어간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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