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자치제가 시행된지 20년이 흘러가고 있으나 먹고 살기가 바쁜 농촌지역의 마인드는 아직도 멀었다. 민주적 소양의 결여로 인해 자주권 확보 의지가 미흡하다. 선조들이 나누었던 두레’, ‘품앗이라는 공동체 의식은 오간데 없이 사적인 밥 그릇만 챙기려는 양상이 뚜려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농촌지역에서 더 뚜렸해 토호 세력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특히 정치권들의 기득권 지키기는 도를 넘어 아전인수적 패거리를 조장하고 있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학의 고장이기도 한 보은지역의 민도는 관치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커녕 보조금병에 짓 눌려 있다. 동학은 한국적 민주주의 형태를 띠었던 이념을 자랑한다. 유무상자(有無相資) 정신이다. 즉 가진자와 못 가진자, 배우거나 못 배운자 가 함께 모여 서로 도우면서 존경하고 잘 살아가는 세상을 일컫고 있다. 보은문화원장 선거일이 공고됐다.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려는 후보자들이 자처타천 거론되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었었지만 결국은 구왕회 부원장의 단독 출마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문화원은 지역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함양하여 밝고 맑은 민주사회로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하게 역사적 사실을 찾아 내고 기록에 남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옛 선인들의 지식을 후세들에게 전수하는 일도 게을리 할 부분이 아니다. 책으로 기록하는 일은 소극적인 참여일 뿐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찾아 낸뒤 군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여 민주적 소양이 향상될수 있는 일을 도모해야 한다. 단순한 행사나 치러내고 자치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순수 민간 단체로 영역을 확장하여 지역을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레일을 깔아 놓는 일이 그 어느 임무보다 중요함을 역설하고자 한다.

낙후된 지역경제는 한 순간에 이뤄지는게 아니다. 현대사회는 돈이 모든 걸 좌지우지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인 사회 마져 그 테두리에 함몰된다면 비 정상적인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병폐를 깨 닫고 경계를 하는게 지식적 소양을 갖춘 인사들의 역할론이다. 이들 마져 부화뇌동하여 이리저리 휩쓸리면 지역 발전은 고사하고 주민 자치의 틀이 훼손되게 된다. 따라서 문화원이 그 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을 자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쓴 소리, 단소리를 마다 않고 질러 댈수 있는 배짱과 소신을 겸비해야 한다. 즉 지역의 어른으로 자리 매김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어른이 아니라 보은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립하고 오손도손 함께 이웃의 정을 나누면서 어둠을 헤처나가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조적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벗 삼아 혼탁한 이시대의 사표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국회 청문회 잣대를 들이대면 흠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인간 세상이 백설기로 살게끔 내버려두지 않는다. 취임이후 첫 족적부터가 중요하다. 집을 완성하기 보다 벽돌 하나라도 제대로 놓는 일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초석을 반듯하게 놓으면서 군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보은 문화원으로 자리 매김하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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