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활동 영역 증가에 KBSW갡BC퀸 등 뷰티 콘텐츠 봇물

좋은제품 소개에 판매수익 영향… 정보, 재미 한번에

프로마다 개편 속속… 광고 상업화·소비주체 전락 우려도

 

 

여성 전문 케이블 채널 KBSW와 MBC퀸이 지난 1일로 개국 1개월을 맞았다.

지상파 계열의 두 케이블 채널이 동시에 여성 채널을 선보였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이는 방송가에서 여성 관련 콘텐츠가 얼마나 각광받는지를 방증한다.

현재 케이블 TV에서는 KBSW·MBC퀸 외에도 CJ E&M 계열의 스토리온, 티캐스트 계열의 패션앤·씨네프, GTV, 트렌디, 채널동아 등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온스타일의 ‘겟잇 뷰티’, 패션앤의 ‘팔로우 미’ 등 뷰티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인기를 끈 콘텐츠도 상당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활동 영역 증가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광고 시장을 노린 지나친 상업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주로 여성의 외모와 관련된 아이템에 집중하면서 여성을 외모를 가꾸고 소비하는 주체로만 바라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 “여성의 의미와 비중 점점 커져”

여성 관련 케이블 채널과 프로그램의 증가는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여성용 방송 콘텐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

KBSW를 운영하는 KBSN의 이기문 콘텐츠본부장은 “유료 방송의 추세를 살펴보면 여성의 의미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여성을 다루는 방송 콘텐츠 사업뿐 아니라 관련 산업도 점점 발달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 활동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료 방송은 이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짚었다.

지난달 1일 개국한 KBSW는 ‘여자, 삶을 리드하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25~44세의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뷰티와 자기계발을 접목한 토크쇼 ‘손태영의 W쇼’, 버라이어티쇼 ‘노홍철의 올댓리빙’ 등을 선보였다.

이기문 본부장은 “채널 개국 행사를 시작으로 간판 프로그램 ‘손태영의 W쇼’를 비롯한 미니 다큐멘터리, 해외 프로그램 등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며 “여성 채널 시장 진입 초기임에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근 비지상파 채널을 위주로 불어닥친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열풍도 이에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다.

‘팔로우 미’를 연출하는 패션앤의 김현아 PD는 “뷰티 프로그램은 드라마처럼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뿐이 아니라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며 “업계에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성행하다보니 뷰티 프로그램이 여기에 잘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막대한 PPL 수입 가능… 지나친 상업성 우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소비 활동이 왕성한 20~40대 여성을 겨냥한 광고 시장이라는 또 다른 이점이 존재한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유료 케이블 채널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

또 각종 뷰티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제품들이 TV의 막강한 영향력을 타고 날개돋친 듯이 팔리다 보니, 이를 통한 막대한 PPL(간접 광고) 수입도 가능하다.

한 케이블 여성 채널 관계자는 “뷰티 프로그램의 인기를 힘입어 지난달 광고 판매액이 지난 12월 대비 140%로 늘어났다”며 “관련 시장도 넓어지고, 프로그램과 채널이 함께 성장해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케이블 채널 CP는 이에 대해 “일부 여성 채널은 아예 PPL을 목적으로 해서 운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에 치우치게 되면 여성상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1년 9월 일부 뷰티 프로그램은 노골적인 제품 광고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사과 명령을 받기도 했다.

패션앤의 ‘팔로우 미’는 지난 12월과 지난달 26일 한 제약 업체와 제휴해 자체적으로 화장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중 한 제품은 지난 12월 1차 예약판매분이 동나 지난달 28일 2차 예약 판매에 돌입하기도 했다.

패션앤 김현아 PD는 “뷰티 프로그램이 워낙 홍수다 보니,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가 화장품을 아예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했다”며 “생산 비용을 부담하는 제약 회사 측에서 매출과 수익을 가져가고, 우리는 어떠한 수익도 없다. 상업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 뷰티 프로그램 위주 천편일률성 극복해야

외모로 고민하는 여성이 출연해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변신하거나 여성에게 상품을 추천해주는 식의 틀에 박힌 프로그램 포맷도 지적된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일반인 출연자가 얼마나 환골탈태했는지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 MC들은 그 변신에 깜짝 놀라고, 관객들은 수근댄다. 시청자는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대리 만족을 느낀다.

KBSW의 간판 프로그램 ‘손태영의 W쇼’서는 지난 18일 E컵 가슴을 가진 ‘부담녀’와 A컵 가슴을 가진 ‘초딩몸매녀’가 함께 등장했다.

제작진은 ‘누구의 고민이 더 절실한가’를 주제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내 여자친구가 E컵이였으면 좋겠다”는 시민의 코멘트까지 곁들였다.

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뷰티 프로그램들의 정보성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이런 프로그램은 여성의 시각을 담기보다는 여성을 외모를 가꾸는 주체나 소비하는 주체로만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 프로그램은 ‘내 몸을 바꿈으로써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지 않느냐”며 “이런 식의 접근은 여성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여성을 ‘일도 해야 하고, 주부로서 가사 노동도 해야 하고, 외모 관리도 함께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지위에 놓는다”고 짚었다.

KBSW의 임용현 CP는 “여성 채널을 포함한 모든 전문 채널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가 프로그램 간 포맷의 유사성”이라며 “새로운 포맷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유사성 속에서 접근 방식을 어떻게 달리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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