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창 호

94주년을 맞는 3.1절이다.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런 고통은 다 견딜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은 견딜 수가 없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뿐인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라고 말했던 유관순 열사의 말이 가슴 한켠으로 파고들게 하는 날이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우리나라 주권을 일본 제국주의에 강탈당해 무작위로 착취을 당하던 암울했던 시기에 국내?외에서 민족의 자존을 지키고자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자주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이기도 하다.

3.1운동은 일제로부터 강제로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한 거국적 항일 민족운동이였으며, 조직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비폭력 독립운동이였다.

그 결과 대내적으로는 주권회복을 목적으로 민족의 대동단결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며, 대외적으로는 침략과 만행을 일삼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함께 우리나라의 억울함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날의 의거로 상해 임시정부가 세워져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이 되었으며, 독립을 갈망하는 세계 여러 약소민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이 3.1운동으로 하나가 된 데는 그 중심에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과 민족혼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수많은 순국 선열들이 이룩한 위대한 3.1정신이 점점 퇴색해 가는 것 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목숨을 바쳐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가들이 하나둘 우리 곁을 떠나면서 그날의 역사가 점점 과거 속에 묻히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커져가고 있다.

어떻게 지켜온 내 민족인가? 어떻게 되찾은 내 강토인가.

지금의 풍요로움은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의 아픔을 참아내고, 온 몸이 찢기는 고통을 오로지 조국애로 버티어 낸 피눈물 역사의 산물이 아닌가 말이다.

1년 365일 중 364일을 역사를 잊고 살았다 하더라도 이날 3월 1일 만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가슴을 느껴 보기를 바란다.

또한 온 몸을 뜨겁게 달구고 느끼지 못한 뜨거운 조국애의 심장박동을 듣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역사를 조금 더 겪은 기성세대든, 풍요로움에만 익숙해진 젊은이든 우리의 몸 속에는 조국애라는 공통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내 부모가, 내 부모의 부모가 초개와 같은 절개를 지켜 이뤄낸 역사이기 때문이다.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온 내 민족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세월이 내게 말하는 역사의 가르침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세계속의 일등 민족으로 승승장구 하리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기에 격동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깨달음은 미래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후퇴한 나라와 민족이 더 많았음을 우리는 역사적 고찰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우리 민족은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똘똘 뭉쳐 다시 일어서곤 했다.

또한 우리 민족의 강한 의지와 저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 몸 속에는 94년전 독립을 위해 투쟁하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 숭고한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대한민국,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3.1절, 그저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문화유산인 3.1정신을 다시한번 가슴에 되새겨 보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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