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추가도발 변수…신뢰프로세스 작동 갈림길 앞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남북한 당국이 각각 도발 위협과 응징 결의를 담은 성명전에 나서는 등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관련기사 16면

유엔은 5일(현지시각) 비공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열어 북한을 강도높게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이사국들에 회람시켰고 이르면 7일 표결을 실시키로 했다.

북한은 이미 5일 밤 유엔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간 합동군사 훈련에 반발,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판문점 대표부 활동을 전면 중지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북한은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다종화된 우리식의 정밀 핵타격 수단으로 맞받아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6일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북한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방법, 장소에서 다양한 유형의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 이날 낮 12시를 기해 경계태세를 한 단계 높였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책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 전부터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번 주말로 예정된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한 외교소식통은 "유엔 제재가 나오면 한동안은 긴장국면으로 갈 것 같다"면서 "북한이 자숙해야 하는데 어제 결연한 반발 의지를 보인 만큼 앞으로의 정세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대남도발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의 긴장도는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북한군이 동·서해에서 잠수함 기동훈련을 강화하는 등 과거에 비해 심상치 않은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 다음주부터 북한군이 대규모 훈련을 실시할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엄포에 그치지 않고 추가도발로 이어질 경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남북간 대화의 창은 열어두겠지만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도발시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결의안 채택 후 특별한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대화나 관계 개선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여건이 조성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직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 대미 대화 메시지를 던진 것은 향후 대화 분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의 북한 패턴을 보면 상황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다음 위기를 피하기 위해 극적 반전을 노리는 식의 채널도 찾아왔다"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과 같은 거물 정치인을 불러서 북미 협상을 재개하는 식의 움직임이 이르면 향후 1∼2개월 내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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