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일 극동대 교수

대표적인 TV예능 장르인 토크쇼가 수난을 겪고 있다. 무려 7년 동안 방송된 인기 토크쇼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MBC)가 조용히 막을 내리더니 김승우의 승승장구’(KBS2), ‘고현정의 고쇼’(SBS)가 연이어 폐지되었다.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끌었던 달빛 프린스’(KBS)는 몇 회 방송하지도 못한 채 대수술에 들어갔고 무릎팍 도사’(MBC)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강심장의 후속 프로그램인 화신’(SBS)도 김희선의 MC 합류 외에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토크쇼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기획이나 제작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MC만 잘 고르면 기본적인 시청률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집단MC 체제도 시청률 부담을 나누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영화개봉이나 신곡 발표 등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연예인들의 출연요청이 많아 게스트 섭외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이런 안일한 제작태도가 자승자박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참신한 기획력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서서히 끌고 있는 토크쇼들도 있다. 2011년 방송을 시작한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SBS)는 이제 연예인만 아니라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까지 초대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편성된 경쟁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KBS2)에서는 일반 시청자들이 고민거리를 들고 직접 출연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가 MBC ‘라디오스타이다. 원래 수요일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시작된 라디오스타는 먼저 방송하는 무릎팍 도사의 편성상황에 따라 분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신세였다.

심지어 무릎팍 도사가 강호동의 갑작스런 하차로 폐지되면서 존폐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랄까, 단독코너로 독립하면서 오히려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을 표방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품격을 갖췄다고 하기 어려운 B급 토크쇼이다. MC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초대MC를 맡은 독설의 1인자 김구라와 깐죽거림의 대명사 윤종신, 신정환의 진행은 지상파방송에서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김구라와 신정환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며 연이어 하차했지만 새로 합류한 유세윤이나 슈퍼주니어 규현의 진행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연예인들이 출연을 꺼리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라디오스타는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는 게스트들을 발굴해내면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연초에는 새해 일출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한 신년기획 해돋이 특집이라며 홍석천, 염경환, 윤성호와 헬스 트레이너인 숀리를 함께 출연시켰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곤 민머리라는 것 외에는 없다.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만 보면 온 국민이 알아보는 배우 최준용, 김광규, 정만식은 언젠가는 국민배우라는 타이틀로 함께 출연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4차원을 뛰어넘는 희한한 사람들특집 편에는 최초의 외국인 개그맨 샘 해밍턴, 행위 아티스트 낸시 랭, 가발과 선글라스를 써야 알아보는 UV 멤버 뮤지, 그리고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리더 성규가 출연했다.

명색이 연예인이지만 어디서 봤는지 딱히 생각나지 않는 게스트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들은 서로 초면일 정도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함께 엮어내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오랫동안 방송에 굶주렸던 게스트들의 한맺힌(?) 토크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가져온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능력, 비주류 TV토크쇼의 유쾌한 반란의 동력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