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뱅크런 가세·장녀 증여세 탈루도 제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13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제 수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을 갖췄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공직을 맡는 동안 소신을 바꾼 듯한 발언과 업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게 드러나면서 여야에서 '무소신·무능력'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또 여야 의원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성장과 복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필요 따라 경제 비전 바뀌나" = 1970년대 초반부터 거의 끊임없이 공직을 맡아온 현 내정자가 정권 성격에 따라 그때그때 소신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경제정책이 어느 정부 정책 기조보다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정권 말에는 '소득이 없었다'고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다시 친정부적이다가 지난해 11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정권에 따라 소신 없이 필요에 따라 경제 비전이 바뀐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는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차관의 공부 모임에 개근하고, 고건 전 총리가 잘 나갈 때는 희망한국 국민연대 발기위원으로 참여했다"면서 "능력은 없는데 정치권에 줄 대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비판했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무리더십 등 4무 후보"라고 주장했다.

업무 능력에 대한 의문은 주로 야권에서 나왔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KDI 원장 시절 14개 기관의 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면서 "KDI 직원에게 물었더니 현 내정자가 돌아오면 큰일 나기 때문에 꼭 장관이 되길 바란다고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현 내정자는 "현장의 평가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과정에 있었고, 작년에는 우수 평가도 나온 사례가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좀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대표적 성장주의자"…복지 실천 의문 =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은 "경제 양극화, 가계부채,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 문제로 사회 곳곳에 아파하는 국민의 신음소리가 들린다"면서 "대표적 성장주의자로 통하는데 해결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도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적합지 않은 성장론자"라면서 "새 정부 초기를 책임질 막중한 경제수장으로서 신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현 내정자는 "성장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시장 실패를 정부가 끊임없이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녀 이중국적·저축은행 사전 인출 의혹 =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저축은행 뱅크런(예금대량인출)을 막기 위해 공직자들이 예금을 새로 하던 2011년 4월 KDI 원장이던 현 내정자는 솔로몬 저축은행의 5천만원짜리 계좌 2개를 모두 인출했다"면서 "공직자로서 책임감이 있다면 다시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은 "장남이 미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내는 대한민국 국민만 받는 진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장녀에 대해서는 2009년 반포 아파트를 증여하기 직전 담보 대출을 받아 채무도 함께 넘기는 부담부 증여 방식을 통해 증여세를 편법으로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 내정자는 "저축은행 계좌는 아파트 잔금 처리를 위해 부득이하게 만기된 것을 인출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가 각종 의혹으로 '낙마 1호'로 꼽혔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임명할 것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청문회 무용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박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장관을 임명하는데 야당 의원으로서 무기력감만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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