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풍경·흥미로운 내용

 
그림책이라고 하면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점가에는 어른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그림책들도 적지 않다. 국내외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실린 그림책들이 잇따라 발간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편지따라 역사여행’(너머학교)150년 전 조선에 온 프랑스인 선교사 다블뤼 주교의 눈에 비친 조선의 풍경을 담은 역사 그림책이다.
다블뤼 주교는 김대건 신부와 함께 조선에 와 20년 넘게 살다가 1866년 체포돼 처형당했다. 그의 눈에 비친 조선은 정 많고 평화로운 나라였다. 사람들은 서로 돕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다블뤼 주교는 조선을 소개하는 편지를 파리로 보낸다. 이 편지는 약 반년 동안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파리에 도착했다.
이 책은 편지가 거쳐 간 상하이, 홍콩, 수에즈, 알렉산드리아 등 1860년대 격동의 세계사 현장을 세밀한 그림과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갱 아저씨의 염소’(파랑새)’ ‘마지막 수업으로 유명한 알퐁소 도데의 글과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에릭 바튀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안전함과 자유 중 자유를 선택한 스갱 아저씨의 염소 블랑께뜨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자유의 의미,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등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사과나무’(현암사)는 작은 생명들에게 보금자리를 내어준 사과나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봄을 맞은 과수원에 동물 친구들이 찾아온다. 박새, 작은부리울새, 두더지 등이 살 곳을 내어달라고 나무들에게 부탁하지만 나무들은 아기를 낳아 시끄럽기만 하고 나뭇가지에 오줌을 싸대는 동물들에게 보금자리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과나무는 동물 친구들을 포근하게 품어주는데.
초등학생용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이다.
사뿐사뿐 따삐르’(비룡소)는 말레이시아 정글 속에서 사뿐사뿐 조심조심 걸어 다니는 동물 따삐르의 모험을 통해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김한민 작가는 수묵 담채화 느낌의 그림으로 동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이사가는 날’(리젬)은 아이의 시선으로 도시 재개발의 문제를 다룬 그림책이다.
이수연 작가는 도시 재개발로 파괴된 동네 풍경뿐 아니라 아이의 무너져 내린 마음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도 나왔다. ‘꾸물꾸물 지각대장’(한솔수북)은 인기 애니메이션인 구름빵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에 옮겨 담은 것이다.
매일 아침 유치원 갈 준비는 안 하고 엉뚱한 짓만 하는 동생 홍시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홍비.
홍시는 구름 빵을 먹고 날아가면 된다고 누나에게 큰소리를 치고, 엄마는 홍시의 지각 습관이 고쳐질 때까지 구름 빵을 먹지 말자고 제안하는데.
사랑스러운 홍비와 홍씨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준다.
곤지곤지 잼잼’(푸른숲 그림책)은 스테디셀러 그림책 괜찮아의 최숙희 작가가 펴낸 영유아용 그림책.
짝짜꿍’ ‘곤지곤지’ ‘잼잼은 우리 조상들이 아이를 키울 때 사용한 전통 육아법 단동십훈의 일부다.
작가는 단동십훈에 담긴 의미를 특유의 사랑스러운 동물 그림으로 풀어냈다.
떼루떼루’(시공주니어)는 그림책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2007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이 선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이름을 올린 박연철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옛이야기에서 소재를 찾아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 흥겨운 꼭두각시놀이를 펼쳐보인다.
작가는 꼬박 1여년 동안 나무를 깎아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목각 인형을 만들었다. 책 배경은 천연 염색을 한 천을 사용했다.
이야기는 다분히 풍자적이다.
허풍스럽고 경박스런 노인네 박 첨지, 장난이 심하고 버릇없는 손자, 지적 허풍이 심한 딸, 못생긴 얼굴로 남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마누라.
작가는 박 첨지를 중심으로 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들의 속물근성에 일침을 가한다.
책 제목이자 꼭두각시놀이 특유의 가락인 떼루떼루를 비롯해 우여어’ ‘정저꿍등 감칠맛 나는 표현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2011년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상을 받은 강경수 작가는 그림책 내 친구의 다리를 돌려줘!’(뜨인돌어린이)를 펴냈다.
울이의 친구 거미는 재간둥이다. 8개 다리로 서커스 광대처럼 공도 돌리고 물고기도 쑥쑥 낚아 올린다. 그런데 어느 날 거미의 다리가 없어졌다. 다리가 6, 4, 2개인 동물들이 다리를 달라고 해서 떼줬다고 하는데.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서 기본적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지구촌 어린이들의 현실을 담백하게 전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8개 다리를 가진 거미 이야기를 통해 우정의 소중함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보림)200여년에 걸친 자전거의 역사와 문화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자전거가 유럽에서 처음 탄생해 페달, 기어 등 제모습을 갖추기까지의 발달 과정과 자전거를 둘러싼 논쟁들, 자전거가 우리나라에 전래돼 보급된 과정과 일상의 변화 등을 소개한다.
근대 유럽 등의 풍경을 펜으로 섬세하고 꼼꼼하게 재현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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