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합성에서 에너지 얻는 지구 최대 생태계

심해 밑바닥의 해저 지각층 깊은 속에도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바닷물과 암석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과학자들은 북미 북서부 수심 2.6㎞의 깊은 바다 밑 지각층을 350~580m 파 내려가 채취한 암석 표본에서 번성하는 큰 미생물 군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양 지각의 깊은 속에서 이런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에너지원이 광합성이 아니라 화학합성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해양 지각층에는 작은 구멍들이 혈관처럼 뚫려 있어 물이 드나드는데 물이 현무암 속의 감람석 따위에 들어 있는 철 성분과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키며 미생물들이 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해양 지각판 속에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는 증거는 암석의 화학 및 조직 흔적뿐이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다"면서 이번 발견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구 표면의 60%는 해양 지각으로 덮여 있는데 이처럼 광대한 면적을 계산한다면 지각층의 미생물은 지구에서 가장 큰 생태계를 이루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1970년대부터 화학 에너지에 의해 유지되는 온천 같은 국지 생태계를 발견해왔다.

연구진은 이런 온천들이 주로 새로 형성된 해양판이 바닷물과 만나는 대륙판 가장자리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해양 지각의 대부분은 대륙에서 먼 깊은 퇴적층에 묻혀 있다면서 지금까지 이런 곳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처럼 거대한 생태계의 주 에너지원이 수소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와는 다른 몇몇 형태의 생명체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수소를 산소와 결합시키는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질은 현무암 속의 다른 미생물들의 에너지원이 되는데 메탄을 생성하거나 황산염을 탈산소화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들도 있고 발효 방식으로 유기탄소를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표본이 바닷물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닷물이 현무암층에 유입되는 노두(露頭)로부터 최소한 55㎞ 떨어져 있는 암석을 채취했으며 이런 곳의 현무암 속에 들어있는 물은 바닷물과는 화학 성분이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즉 광합성으로 형성된 산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미생물은 현무암층의 고유 생물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조사 대상 현무암이 350만년 전의 것이지만 배양 검사 결과 이들 미생물의 DNA가 화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깊은 바다 밑의 깊은 지각층에 서식하는 생명체는 진흙 퇴적층과 심해 물기둥 속 생명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화학적 환경에 따라서는 다른 행성에서도 화학합성에 의존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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