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천 한국전력 충북본부 배전운영팀장

책상 위 달력을 보니 35일이 경칩(驚蟄)이다. 긴 휴식을 마친 나무에서 연둣빛 새싹들이 돋아날 계절이 돌아왔다. 유난히 길었던 올 겨울, 춥고도 거센 눈보라에도 든든히 자리를 지킨 만물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은 날이다.

올 겨울은 기후변화의 여파로 이상한파가 연일 지속되었다. 전국적으로도 폭설이 이어져 우리의 전력 설비도 꽁꽁 얼어붙었다. 예상치 못한 전력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전력 예비율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매스컴에서도 연일 절전운동 캠페인을 시행하고, 정부는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도 발표했다.

지속적인 혹한으로 급증한 난방용 전력수요는 전력선을 비롯한 주요 전기설비에 피로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전력선에 장시간 과부하를 초래하면서 전력설비를 노후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올해는 발전소 등의 갑작스런 고장으로 공급능력 부족사태가 이어져 지난해 보다 전력피크가 7% 이상 뛰어 76522kW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빙기가 도래하면 얼어붙었던 전력설비에도 우리들의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전력선을 지탱하고 있는 전주에 혹 금이 가진 않았는지, 주변 지반이 침하되어 위험하진 않은지, 따뜻한 기온으로 전력선이 늘어져 사고가 발생할 소지는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봄철 공사를 시작하는 건축현장에서도 이러한 정전요인들을 반복하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자?전기 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규모 산업시설 등 전기에 민감한 고객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전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민감도도 한층 높아졌다. 반도체 공장 등 전자제품 제조 산업에서부터 PC방 및 양어장 등 개인사업자에 이르기까지, 1초의 정전에도 피해가 발행하는 많은 고객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정전시간 감소 등 전기품질이 혁신적으로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정전은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 가정이나 대규모 공장 등에서 정전을 경험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 반면 고객이 정전에 대비하는 노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정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사용자는 무정전 전력공급장치(UPS)나 비상발전기 등을 설치하여 늘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고객들은 한전의 전력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번 달부터 60일 동안 해빙기대비 안정적 전력공급주간으로 정했다. 지반이 침하될 우려가 있는 곳과 수목으로 인해 안정적 전력공급에 저해가 되는 위험개소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보강한다. 딱딱했던 지표면이 녹으면 연약한 지반이 생길 수 있고, 전신주에 있는 전력설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단위 아파트와 대형 상가 등 다중이용 시설의 공급선로를 특별 점검하고 있으며 24시간 긴급복구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큰 규모로 공사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안전순시에도 힘쓰고 있다.

안전하고 편리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늘 끝없는 점검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마치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항상 옆에서 사랑스런 손길을 나눠주어야 한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늘도 우리 한전 직원들은 전력설비에 정성어린 관심을 쏟는다.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동참으로 우리는 지난 해 전력수급 위기를 잘 극복했다. 전기는 생활필수품이자 모두가 소비자이다. 우리 충북지역본부는 2013년에도 철저한 정전예방활동과 설비점검으로 한 차원 높은 전력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도민들도 전기 에너지를 늘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길 바란다. 다가올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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