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 달 전에 종합검진을 했다. 특별히 큰 이상은 없는데 콜레스테롤에 문제가 있었다.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매우 높았다. 몇 년 전에는 수치가 약간 높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번에는 수치가 상당히 높아 전문의 상담을 필히 받아보라는 안내문이 첨부돼 있었다. 마침 우리 집 가까이에 친구가 하는 병원이 있어 가보았더니 성인병 초기단계이니 잡곡밥을 꼭 먹고 체중조절, 운동요법을 병행한 뒤 몇 달 뒤 다시 혈액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동안 성인병이라고 하면 남의 일로만 생각해 왔고 특히 콜레스테롤 하면 기름진 음식 많이 먹고 살찐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걸로 알았는데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거의 채식 위주로  살아왔고 살코기 정도를 먹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피가 탁해졌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체중에 관해서도 말랐다는 소리만 듣다가 몇 년 전부터 살이 쪄 참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잦은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속이 편해져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문제가 없어 원없이 입에 좋은 걸 먹는데 치중해 왔다. 특히 단 음식과 군것질을 좋아해 거실 한구석에는 늘 군것질거리가 수북이 쌓여있어 오는 이마다 놀라며 작은 상점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인병 초기란 친구의 말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나의 잘못된 식습관 내지 생활습관이 누적돼 앞으로 닥칠 성인병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은 셈이 아닌가. 그동안 나이 생각 못하고 천방지축 살아왔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콜레스테롤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가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들어 급격히 늘어난 체중이 마음에 걸렸고 살이 찐 이유가 탈콤한 빵 종류 음식과 군것질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할진대 이걸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이튿날부터 건강관리에 들어갔다. 운동은 아침 저녁 집에서 하던 걸 계속했고 식습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우선적으로 달달한 빵과 과자를 일절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트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과자류가 있으면 사들고 들어오던 습관도 버리고 식후 먹는 케잌이나 아이스크림도 모두 끊었다. 콜레스테롤 조절에 좋다는 음식이나 보조 식품들을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을 했고 표고버섯 다린 물로 효험을 보았다는 주위의 말에 바로 주문을  했다.
 운동하는 방식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계절적인 문제나 번거로움을 핑계로 주로 집안에서 걷거나 체조하는 걸로 만족했는데 가급적이면 밖에서 걷는 시간을 늘리고 공기 좋은 숲 등지를 택해 많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한 거리는 자동차차를 이용하지 말고 걸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자동차는 편리한 점도 있지만 사람을 게으르게 하는 단점이 있다. 예전에 자가용이 없던 시절에는 어지간한 거리는 모두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던가. 그러다가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걷는 일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운동량 또한 현저히 줄게 되니 건강에도 자연 해로울 터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도 많고 급격한 산업화로 자연훼손이 심해 가까운 곳에 여유로운 공원이나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드물다. 자연과 함께 운동을 하기에 그리 좋은 여건이 아니다.
 캐나다처럼 광활한 대자연을 지닌 나라는 도처에 자연을 음미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널려있다. 집만 나서면 푸르른 공원이요 조금만 더 가면 호수가 있다. 나 또한 캐나다 살던 시절에는 거의 운동화를 신고 다니며 걷는 게 다반사였고 거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들어와 살며 환경이 바뀌다 보니 다시 자가용 족으로 생활습관이 바뀐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어느 날, 문득 성인병 초기 진단을 받고 보니 그동안 주변에서 당뇨니 혈압이니 마비가 왔느니 했던 말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앞으로 조심조심 주의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끝없이 배우고 자신을 비워내는 여정일 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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